일본 반도체 수입 규제 ‘경제보복’에 불매 운동 등 전개
SBI저축은행 등 주요 일본계, 피해 우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고조된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저축은행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대상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감광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이다. 각각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기판 제작, 반도체 세정 등에 사용된다.

한국 기업들의 입장에서 이들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루오드 폴리이미드는 93.7%를, 리지스트는 93.7%를 일본에서 수입 중이다.

일본의 이러한 행동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본제철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5명에게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지난 4일 “지금 볼(공)은 한국 쪽에 있다”며 보복성을 일부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의 적반하장식 경제보복으로 한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도 격해지고 있다. 일본 여행 취소와 일본 기업 제품 불매운동 등의 직접 행동으로도 발전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 침략행위에서 발생한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며 “중소상인과 자영업체들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무역보복을 획책하는 일본 제품의 판매중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 불매 운동 흐름에 국내 저축은행업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주요 저축은행들이 일본계 자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를 자랑하는 SBI저축은행은 에스비아이비에프 주식회사(22.40%)와 에스비아이씨에프 주식회사(22.40%), 에스비아이아이에프 주식회사(22.40%), 에스비아이에이에프 주식회사(17.07%) 등이 주주로 있다. 이들 회사는 모두 일본 금융사 SBI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다.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도 일본계 자본이 소유했다. JT저축은행 최대 주주는 일본계 금융사 J트러스트(100%)며 JT친애저축은행은 J트러스트의 자회사 J트러스트카드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외에 최근 M&A시장에 나온 OSB저축은행도 아직 일본계 자본(오릭스 코퍼레이션)이 최대 주주로 있다.

일본계 불매 운동의 여파가 저축은행까지 번질 경우 여·수신 부문의 실적 악화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들 저축은행은 각종 사회공헌 활동과 이색 마케팅 등 ‘일본계’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중금리 대출도 확대해 서민 금융 이미지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업 자체가 보수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거래 동향이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반일 감정이 더 심해지거나 지속되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는 예측할 수 없다”며 “일본 자본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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