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론, 자금력과 R&D 능력의 시너지 효과 예상···자금력 놓고 그룹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 우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발표는 연초부터 제약업계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각 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체결했다고 발표한 날은 지난 12일이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발표된 사안인만큼 다소 늦게 인지한 관계자도 있었는데 업계에서는 그 다음 주 내내 화제였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R&D(연구개발) 능력이 우수한 대형 제약사가 손을 잡았으니 업계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한미약품그룹은 자금력이 우수하지만 OCI그룹 자금력이 합쳐졌을 때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대형 신약후보물질 임상시험에 투자하는 자금규모는 국내 제약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약 임상과 개발을 너무 자금적 측면으로만 파악하는 경향도 있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신약후보물질 임상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우수 신약개발에 첩경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같은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이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선언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동경영을 추진한다는 것은 경영자 입장에서 어려운 일인데 결단력 역시 긍정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한미약품그룹 통합에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우선 성격이 다르고 주력 분야도 차이가 있던 두 개 그룹이 향후 화학적으로 융화되며 공동경영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향후 경영 과정에서 첩첩산중이 적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되는 사안이다.  

OCI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경험이 적다는 부분은 공동경영 착수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사안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자금이다. 대형 신약 임상시험에 착수할 때 자금 집행 등 민감한 부분에서 두 그룹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텐데 이같은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OCI그룹이 부광약품을 인수한 후 부광 경영실적을 지적하지만 인수 후에도 기존 대표가 경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은 중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부광약품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과도기여서 OCI그룹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특정 사업 진척도가 늦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상속세 납부를 위한 과정이 두 그룹 통합으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결과가 좋으면 추진 과정은 묻히겠지만 십만분의 하나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현 한미약품 경영진이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처럼 이번 통합에 대한 긍정론과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을 한미약품 경영진은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긍정론은 물론 우려 역시 한미약품에 대한 애정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미 경영진이 더욱 겸허하게 업계 여론을 수용하면서 배가의 노력을 진행하는 것만이 향후 전진을 담보하는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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