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십억원대 광고비 지출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 규모 최대
TV 광고 종료···수익성 개선될까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피플바이오가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키트 ‘알츠온’ 도입 의료기관을 늘리며 빠르게 외형성장을 이뤄나가는 모양새다. 다만 마케팅 및 광고비 지출이 대폭 늘면서 수익성 개선은 피플바이오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피플바이오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4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400억원 중 약 225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175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피플바이오는 2018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키트에 대한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2021년 말에는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키트에 대한 신의료기술 인증도 획득했다. 지난해 초부터 수탁검사기관 및 종합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해당 제품의 브랜드를 론칭해 ‘알츠온(AlzOn)’이라는 명칭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알츠온은 간단한 혈액 채취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도를 확인하는 새로운 검사 방법이다.
◇ 커지는 적자 리스크, 질적 성장 가능할까
피플바이오 매출은 2020년 약 5억원, 2021년 6억원, 2022년 4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으로 전년 대비 600%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그러나 영업적자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피플바이오의 영업적자는 2020년 약 45억원, 2021년 72억원, 2022년 117억원으로 확대됐다.
적자가 대폭 늘면서 자본잠식률은 2022년 4분기 4%대에서 올해 1분기 53%까지 높아졌다. 연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재무건전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피플바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제일기획에 광고 대행을 맡기곤 TV와 라디오, 버스 광고 등에 약 40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영업사원도 충원했다. 피플바이오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1분기 46명에서 올 1분기 60명대로 늘었다.
지난해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로는 131억원을 지출했다. 2021년 약 65억원 수준이었던 판관비는 1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피플바이오의 지난해 판관비는 대부분 광고선전비에서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피플바이오의 대규모 광고비 지출이 유의미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광고선전비에서 지출이 가장 컸던 부문은 TV 광고였다. 대중들에게 알츠온을 알리는 데엔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알츠온은 혈장 채혈 방식의 체외진단 제품인 만큼, 주요 영업 대상은 상급병원 및 지역 검진센터다. 맨파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의료기관 영업에 TV 광고가 도움이 됐는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보수적인 국내 병의원 영업망을 뚫기에 앞서 이제 성장하는 단계인 제약바이오 산업에선 맨파워가 절대적”이라며 “대형 제약사들마저 유수의 영업인력을 영입하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플바이오가 TV, 온라인 광고에 수십억을 쏟기보다 지역 병원 영업에 더 집중했다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질적 성장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신경과 전문의 A씨 역시 “코로나 진단키트처럼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모를까 전문가 처방이 필요한 의료기기는 일반인 대상 광고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마케팅 조직 재정비, 영업 전략 새판 짜기
피플바이오는 광고선전비를 두고 알츠온 홍보를 위한 불가피한 투자였다고 설명한다. 제일기획과의 광고 계약이 지난 1분기에 종료됨에 따라 불필요한 광고비 지출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피플바이오는 “TV 광고는 올해 1월부로 끝나서 더 이상 광고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회사는 알츠온 도입 의료기관 확대로 올해 2분기부터 차츰 적자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매달 50여곳 내외로 알츠온 도입 병원이 늘어나고 있어 올해 말에는 600~800여곳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종합병원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1차 의원과 클리닉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4월 피플바이오는 DKSH코리아와 알츠온의 영업 파트너십(CS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15명의 영업사원으로 구성된 자체 영업조직과 함께 DKSH코리아의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엔 국내 대형 제약사 출신 마케팅 전문가도 영입했다. 새로운 마케팅 총괄을 중심으로 마케팅 조직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엔 알츠온 생산에 필요한 항체와 장비 내재화에 나선다. 자체 생산력을 높여 마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알츠온 키트에 들어가는 항체는 해외 수입해왔다.
알츠온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 등재 노력도 지속할 전망이다. 피플바이오에 따르면 소비자 구매가는 10~15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자체 생산을 통해 알츠온 생산 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며 “알츠온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 지금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