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결과 관계없이 IRA 강화 가능성···미국산 소고기, 美 압박 카드 거론
미국 반격 감안할 때 쉽지 않은 방안 분석···선거 이후 대중 강경책 심화 전망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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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어느당이 이기더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후퇴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미국을 압박할 카드로 미국산 소고기가 거론되지만 후폭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단 조언이다.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길 경우 중국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해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가 이날(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의원 435명 전체와 상원 의원 100명 중 35명을 새로 선출한다. 판세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어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박빙 양상을 보이는 상원이 양당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현지 매체 및 여론조사업체의 상원 선거 전망을 보면 270투윈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49곳에서 우세하고 두 곳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민주당 44석, 공화당 48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8곳을 접전지로 분류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을 55%로 예상했다.

선거가 박빙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결과에 따른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우리 산업 피해가 우려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폐지나 완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RA로 우리 자동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우리 업계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지금 IRA 뿐 아니라 반도체 법안, 바이오 법안 등 진행되는 부분에 따라 우리 산업계 전반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범정부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이겨도 IRA 후퇴 가능성 낮아···"우리 우려 부분 주된 관심사 아냐"

일각에서는 공화당 내에서 법 개정을 거론하고 있는 점을 들어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IRA가 수정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RA로 인해 현대차의 경우 조지아에 있는 현지 공장을 떠나지 못하고 투자를 늘려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내에서 생산, 수출 비중을 줄이면서 현지 투자 비중을 늘리면 해당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법안이 더 강화될 수는 있어도 미국 정치권이 부담을 떠안으면서 후퇴할 가능성은 없단 진단이다. 

최 교수는 “단순히 현대차가 피해를 받는다는 차원에서 미국의 특정 지역 정치인들이 도와줄 것이란 기대를 하긴 어렵다”며 “IRA가 계속 강화돼야 여러 효과가 발생하는 걸 알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후퇴하는 방향으로 나설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공화당이 승리해 만약 의회에서 IRA 개정을 하더라도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인을 해줘야 한다”며 “IRA 내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이 공화당 내 주된 관심사인지도 불명확하다. 우리는 차별적 조항이 큰 문제로 인식하지만 공화당이 이 부분을 시급하게 느끼고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내놓을 만한 카드도 마땅치 않단 지적이다. 법안 확정 전에는 우리나라가 투자 등을 통한 완화, 유예 등 협상 가능성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미 법이 확정됐다. 우리 기업의 피해를 이유로 미국에 IRA 자체의 개정을 요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법의 어떤 한 조항이 미국에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을 때 미국이 법안 폐기를 요구한다고 우리가 바로 들어줄 순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소고기, 美정부 압박 카드···쉽게 꺼내들긴 어려워" 

IRA 관련해서 미국 정부를 압박할만한 카드로는 미국산 소고기가 거론된다. 소고기 수출에 있어 우리나라가 호주산과 비교해 미국산을 차별화하는 식으로 맞받아치면서 IRA와 연계된 문제로 끌고가면 미국 정치인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단 분석이다.

최 교수는 “만약 미국산 소고기를 쟁점화하면 쇠고기 수출지역 정치인들은 미국 정부에 얘기할 수 있고, 미 정부는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에 IRA 적용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며 “그런데 이러한 대응은 정치적 부담이 크기에 사용하기 쉽지 않은 카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시행할지 여부를 비교 형량해야 해답이 나올 수 있다”며 “로비를 하면 뭔가 될 것처럼 생각하면 국민 무마 용도 밖에 안 되기에 맞보복에 대한 비용까지 제대로 분석해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정부가 강공책을 썼을 경우 미국이 꺼내들 카드도 다양하단 진단이다. 연 팀장은 “우리도 세계적으로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라며 “미국이 작심하고 뭔가 문제를 삼으려고 한다면 우리가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맞대응해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WTO 제소는 실제로 해봐야 몇 년 후에 결과가 나오기에 의미가 없다”며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IRA 개정을 통해 유예를 얻어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전체 이해득실 따져 접근 필요···대중 강경책, 현지 우리기업 리스크 증대"

현재로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에 제출한 IRA 관련 의견서를 반영시키는게 최선이란 분석이다. 의견서에는 IRA 상 친환경차 세액공제, 청정제조시설 투자세액공제 및 첨단제조 세액공제, 청정발전시설 투자 및 생산세액공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와 조언이 담겼다.

연 팀장은 “법안 내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유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산업부 의견서 내용이 반영되면 우리로선 더 이상 문제를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될 것”이라며 “국가가 산업 전체적 이익을 따져야지 한 기업만 대변하는 건 아니다. 물론 차별적 조항 자체는 잘못됐지만 전체적 득실을 생각해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대외경제정책에는 큰 틀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중국 관련해선 좀 더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 

연 팀장은 “지금 의회 뿐 아니라 미국 내 여론도 중국에 대해 굉장히 좋지 않다. 중국을 때릴수록 선거에는 더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 미국 내 정치 구도를 감안하면 중국에 대한 더 강도 높은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며 “중국 내 사업하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부정적 사업 환경이 조성되는 리스크가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아무리 탈중국을 시도하더라도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쉽지 않다. 문제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고 미중간 경제 갈등으로 우리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좁고 해외 수출을 통해서 먹거리를 만드는 나라다. 국가 우선주의가 강조되고 FTA가 흔들리면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는 미국 등과 국제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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