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49년 만에 2·3·4고로 가동 중단···침수 복구로 10일부터 생산 재개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침수 피해 발생해 가동 중단···생산 재개 시점 미정
글로벌 인플레이션 따른 경기둔화로 철강 수요 감소 위기에 자연재해 겹쳐 정상적 생산 활동 제동
고환율도 부담, 판매가격 인상할 경우 재고 늘어나 ‘사면초가

포스코 포항제철소 임직원이 지난 7일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해 침수된 자재창고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임직원이 지난 7일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해 침수된 자재창고를 청소하고 있다.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태풍과 고환율·고물가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둔화로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위기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정상적인 생산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후방산업인 철강사가 어려움을 겪으며 전방산업에도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기준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1685만톤(t)으로 국내 전체 조강 생산량에 35%를 차지한다. 조업중단 상황이 이어질 경우 자동차·조선·건설 등에 제품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49년 만에 모든 고로가 가동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이했다. 여의도의 3배 면적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대부분이 침수됐고, 정전으로 배수 등 복구 작업이 원활하지 못하다. 고로 중단에 따른 매출 피해를 1일 기준 최대 500억원이다.

포스코는 “노후화로 폐쇄된 1고로를 제외한 2·3·4고로가 모두 가동을 멈췄다”며 “3개 고로의 가동이 한꺼번에 중단된 것은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우 처음이다. 고로 자체는 침수되지 않았지만 후속 공정이 이뤄지는 대부분의 작업장이 물에 잠겨 고로도 중단됐다”고 밝혔다.

고로는 점검 등이 아니면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5일 이상 가동이 중단될 경우 내부에 균열이 일어나 재가동까지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복구 시점이 늦어진다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포항에 내려가 복구 작업에 나서는 등 그룹 차원의 총력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오는 10일부터 순차적으로 고로가 재가동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선강변전소를 8일 오전 정상화시키고 담정수 설비 및 LNG발전소는 오는 9일까지 순차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압연 변전소는 10일까지 정상화해 제철소 전력 복구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지난 6일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의 모습. /사진=인천소방본부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지난 6일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의 모습. /사진=인천소방본부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태풍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됐다. 배수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생산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인천공장에선 에너지저장장치(ESS) 창고에서 불이 나 완전진화에 25시간이 걸렸다. 인명피해는 없지만 2층 창고 건물이 전소했다.

1380원대에서 횡보 중인 고환율도 철강업계에 큰 부담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높은 환율로 이점이 반감되고 있다. 고환율 상황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선 판매가격을 인상해야만 한다. 

하지만 철강 수요가 줄어들어 창고에 재고가 쌓여만 가는 시점에 가격을 인상한다면 현재 판매량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 입장에선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올리면 제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포항 및 광양제철소 가동 계획을 수정해 매출 피해가 없도록 예정된 생산량을 맞추도록 조정할 방침”이라며 “고환율·고물가는 기업 입장에서 조절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어서 시장 상황을 최대한 모니터링하는 방법 밖에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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