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2년 만에 부회장 승진한 김동관···김승연 M&A 진행도와 일치하는 김동관의 ‘한화 로드’
㈜한화·솔루션·에어로 전략부문 대표 겸직···태양광·우주·방산 지휘
명확한 후계 구도 완성, DK 중심 신사업 가속도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사장이 지난 29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동관 신임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DK’로 불리는 만큼 DK 시대가 본격 개막한 셈으로 승계 구도도 명확해졌다. 그는 기존에 맡고 있던 ㈜한화 전략부문과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의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김동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이들 기업을 보면 한화의 미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한화솔루션이 추진하는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방산 사업, ㈜한화가 추진 중인 한화건설 흡수합병에 따른 조직 안정화, 중장기 사업계획 마련 등을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2010년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해 2011년 한화솔라원(현 한화큐셀) 기획실장을 맡았다. 이후 2014년 한화솔라원에서 상무로 승진해 임원이 됐고, 2019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맡았다. 1년 후인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한화솔루션과 ㈜한화의 전략부문 대표가 됐다. 입사 12년 차인 올해 부회장이 되며 초고속 승진을 했다.
◇ 김승연의 사업구상에 플레이어로 활약한 김동관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서 밟아온 승진 코스는 김승연 회장이 구상한 그룹의 경영 밑그림에 맞춰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1981년, 부친 김종희 창업주의 별세로 29세에 총수로 취임 한 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10건 이상 성공시켰다. 김종희 창업주는 한화그룹의 전신인 한국화약을 중심으로 화약 외길인생을 걸었다. 스스로를 ‘화약쟁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주위에서 생필품 수입 사업도 진행해보라고 제안했지만, 국가 기간 산업을 다지기 위해 화약이 필수라는 판단에 화약 사업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반면 김 회장은 김종희 창업주와 다른 경영방식을 택했다. 한화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대규모 인수 작업으로 ▲화학 ▲금융 ▲레저·유통 등의 3대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성장시켰다.
이들 사업을 중심으로 한화는 김 회장 취임 후 30년간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김 회장은 한 업의 라이프 사이클이 최대 15~20년인 점을 감안해,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꾀했고 2010년대 들어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그린에너지와 방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화는 2010년 중국의 솔라펀에 이어 2012년 독일의 큐셀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뛰어들었다. 이 시기는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에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던 시기와 일치한다.
김 부회장의 태양광 사업은 그의 대표적 경영성과와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한화솔라원에 근무할 당시 큐셀 인수를 주도했고 솔라원과 솔루션을 거치며 태양광 사업을 사실상 이끌어왔다. 2015년 태양광 사업을 흑자전환시키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냈다.
이를 통해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에 입사하자마자 진행한 사업에서 뚜렷한 성적을 기록해, 이 당시부터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의 확실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도 맡게 된다. 한화는 2015년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대거 인수했다. 인수 계열사는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등의 알짜 계열사로 탈바꿈했다.
한화는 최근 방산 사업을 한데 모으는 사업재편을 단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우주·방산 역량을 한 곳으로 모은 것이다. 이를 조율할 인물로 김 부회장이 낙점되면서 관련 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었던 태양광 및 그린에너지와 우주항공, 방위 사업에 있어 김동관 부회장은 큰 역할을 해왔다”며 “세계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우주·방산 사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데에도 김동관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몫 했다”고 말했다.
◇ 뚜렷한 DK 중심 후계 구도···김동원·동선 현상유지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핵심 사업을 이끌게 되면서, 그를 중심으로 한 후계 구도는 뚜렷해졌다. 반면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이번 계열사 대표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각에선 김동원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해 한화생명보다 규모가 작은 다른 계열사의 대표를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지만, 그는 현재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에선 김 부회장의 승진 이전까지는, 그가 태양광·우주·방산 등을 이끌고 금융은 김 부사장, 리조트·건설 등은 김 상무가 이끌 것으로 봤다. 그러나 후계 구도가 명확해졌고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3형제 각자경영’이 아닌 ‘DK 독자경영’ 체제가 더욱 확실해졌다.
최근 김승연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 여사가 별세해, 그가 보유한 한화 지분분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 여사의 ㈜한화 보유 지분은 1.42%(106만1676주)다.
김동관 부회장은 4.44%(333만주), 김동원 부사장 1.67%(125만주), 김동선 상무 1.67%(125만주)를 가지고 있다. 서 여사의 지분 상속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분배 방식 등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 지분이 김 부사장이나 김 상무 중 1명에게 몰린다고 해도 김동관 부회장의 지분을 넘지 못한다.
재계는 지분 분배와 김 부회장의 승진을 두고 사실상 경영승계 과정이 끝났다고 본다. 현대차나 롯데처럼 ‘형제의 난’이 나타날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은 12년간 근무하며 3형제 중 유일하게 잡음이 없던 인물”이라며 “태양광과 우주·방산 등에서 경영능력도 확실하게 검증한 만큼 그가 김승연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것에 반문할 이들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