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고 남성미 넘치는 외관에 실내는 세련되고 고급감 강조
1.5ℓ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변속기 조합···실주행서 충분한 힘 발휘
중형급 크기에 준중형급 가격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산차는 현대·기아지, 국산차 싫으면 수입차 사라.”
언젠가부터 자동차를 구입할 때 국내 완성차 중견 3사 브랜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국산차를 원한다면 현대차·기아를, 그게 아니라면 수입차를 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굳어졌다.
현대차그룹 점유율이 80%를 넘는 가운데, 완성차 3사 판매량이 벤츠·BMW보다 떨어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을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중견 3사의 경우 부족한 신차와 내·외부 악재 등으로 인해 갈수록 브랜드 평판이 떨어지며 변방으로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가 그동안의 설움을 날려버릴 신차를 출시했다. ‘토레스’다.
토레스는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차로 떠올랐다. 사전계약 숫자도 이를 증명한다. 토레스는 사전계약 첫날 1만2000대를, 출시 전날에는 3만대까지 늘었다. 첫날 사전계약 1만대를 넘는 차량은 최근 나온 그랜저, 아반떼, 쏘렌토, 투싼, 스포티지 등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모델들 뿐이다.
토레스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지만, 토레스 디자인에 대해선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다.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감성을 살렸다, 쌍용차 전성기를 이끌었던 무쏘가 부활했다” 등 여러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무쏘에 대한 옛 향수가 없더라도 토레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5일 시승행사를 통해 토레스를 직접 타봤다. 이날 시승행사는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인천 한 카페까지 왕복 약 9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토레스는 SUV라고 하면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릴 법한 디자인을 실물로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이다. 최근 쌍용차의 디자인은 티볼리의 성공 이후 차 디자인이 다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좋게 말하면 ‘패밀리 룩’이고 나쁘게 말하면 ‘큰 티볼리, 중간 티볼리, 티볼리’였다.
하지만 토레스는 그야말로 ‘환골탈태’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다부지고 우람하며 강인한 인상을 준다. 최근 국내 SUV 트렌드가 크로스오버 형태의 디자인이 지배적인데 비해, 토레스는 옛 SUV 디자인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쌍용차 엠블럼도 과감하게 떼버렸다. 토레스 디자인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이다.
전면부는 버티컬 타입 라디에이터그릴과 굵은 선의 후드 캐릭터 라인을 통해 오프로드 감성을 구현했다. 측면부는 각진 형태의 휠아치 가니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강인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후면부는 스페어 타이어를 디자인으로 형상화해 옛 향수를 자극한다.
외관이 우락부락하고 강인한 남성미를 구현했다면, 실내는 반전 매력을 뽐낸다.
운전석 문을 열면 마치 고급 세단을 보는 것처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좌우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는 운전석에 앉았을 때 넓은 시야와 함께 시원한 개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각종 실내 기능은 센터페시아 상단과 하단에 있는 2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터치 방식으로 조작 가능하다. 물리버튼을 최소화하는 최근 유행을 그대로 따르는 모습이다.
중앙에 있는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운전자를 향해 살짝 기울어져 있어 조작하기 편리하도록 했다. 상하단 디스플레이 모두 반응 속도가 빠르고 UI도 깔끔하게 구성돼있어 첫 조작에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운전대는 상하단부를 알파벳 D모양으로 잘라내 운전자 시야를 최대한 배려했다.
차체 크기는 준중형 SUV라고 하기에는 크고 예전 중형 SUV를 떠올리면 딱 맞는 수준이다. 풀플랫도 지원해 2열을 접으면 성인 남성이 누워도 충분한 공간이 나온다. 앉았을 때도 170㎝ 남성 기준 헤드룸이 약간 남는 수준이다.
토레스 파워트레인은 1.5ℓ터보 가솔린 엔진에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28.6㎏·m이다. 고성능 모델은 아니기 때문에 운전 시 딱히 출력이나 토크에서 놀랄만한 부분은 없었지만, 실주행에 맞게 최적화된 셋팅이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엔진 출력 대비 출발 시 가속성능도 괜찮았으며, 100km/h 대에서 급 가속시에도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반자율주행성능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고속도로 직선 구간은 물론 진출입 구간에서도 차선 정 가운데를 안정감 있게 달려나갔다. 앞차와의 간격 조절도 부드럽게 가감속하며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안드로이드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나, 순정 내비게이션 성능이 뛰어나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것도 간단해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었다.
토레스의 또 다른 강점은 역시 가격이다. 중형급 SUV에 각종 편의사양을 추가해도 4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토레스 판매 가격은 ▲T5 2740만원 ▲T7 3020만원이다. 이날 시승한 차량의 경우 T7에 4륜구동, 무릎에어백, 딥컨트롤패키지, 사이드스텝, 사이드스토리지박스, 하이디럭스 패키지 등 추가옵션을 적용해 3585만원이다. 최근 국산 중형 SUV가 풀옵 기준 4500만원을 훌쩍 넘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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