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단 보낸 것만으로도 양국 관계 개선 물꼬 틀 수 있을 것”
기업들 수출규제 등 무역마찰 상황 개선 희망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단장인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이 24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단장인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이 24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의 행보에 재계 관심이 쏠려 있다. 양국 인사들이 외교 관련 사안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가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에서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일본에 입국한 정책협의대표단은 오는 28일까지 일본에 머물며 일본 정계 주요 인사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책협의대표단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외교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면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정책협의대표단 일정은 재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기업들은 이전부터 경색된 한일 관계가 풀릴 수 있기를 희망해왔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입 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일 경제협력이 필요한가’란 질문에 응답기업 92.6%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 얼마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양국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1일 대한상의가 국내기업 327곳을 대상으로 ‘새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 전망’을 조사한 결과 45.3%가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절반에 못 미치는 숫자지만 대한상의가 대선 전인 지난 10월 조사했던 결과치(12.9%)와 비교하면 기대감이 크게 올라갔다. 한일 양국 정부 관계는 현 정부 들어 특히 경색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여전히 그 상황이 이어져오고 있다.

일단 이번 방문을 계기로 다른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여부를 떠나 일단 대표단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양국 관계 개선이 물꼬를 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양국 관계 개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부 간 신경전이 사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한일관계가 악화됐던 2019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 양국 간 교역은 직전 2년 간(2017년 하반기~2021년 상반기) 대비 9.8% 감소했다.

기업들은 현 정부에서 시작된 수출규제 등 무역마찰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 수출규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해 위기는 넘겼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 지금의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반도체 기업들도 마냥 마음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이뤘다고 하지만, 그 국산화에 필요한 일부 원액은 여전히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며 “이전 수출규제의 경우 아직 교역 차단은 하지 않은 것인데, 상황이 악화돼 차단하는 수준까지 가게 되면 반도체 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부 간 감정싸움이 경제적으로 소모전 양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엽합회 아태협력팀장은 “한국과 일본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문화적·지리적으로 공조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내수시장으로서 서로를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 감정적인 부분 때문에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특히 일본 노선 의존도가 컸던 LCC(저비용항공사)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일본 노선 정상화가 꼽히는데, 일본정부의 격리 관련 문제와 더불어 한일 정부관계 개선이 필요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상모 진에어 노조위원장은 “일본은 항공운임이 비싼 편이라 국내 LCC들이 가격경쟁력이 있고 또 일본노선이 수익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데, 2019년 양국 관계 악화 이후 영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LCC업계 관계자도 “이번 대표단 방일을 계기로 양국 간 하늘길이 좀 열리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평 교수는 “수소환원제철, 전기차 반도체 등 미래사업과 관련해서도 우리기업들은 일본과 협력할만한 유인이 있다”며 “협력하면 효과적인 부분들이 있는데, 관계가 안 좋다는 이유로 다른 방법을 찾는다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고용 등 다른 부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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