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3 롱레인지 가격 6979만원, 전년보다 980만원 올라
원가 상승 및 반도체 공급에 따른 수급 불균형 영향···여전한 국내 인기도 한 몫
정부 보조금 정책 변경으로 보조금 100% 받을 수 없자 반액 지급 선에서 최대한 수익 창출 노린듯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테슬라코리아가 올해 또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섰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도 수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렸으며, 올해에도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일각에선 ‘시가(市價)’ 판매라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델3 롱레인지 가격은 6979만원, 퍼포먼스는 8039만원이다. 지난해 2월보다 각각 980만원, 560만원 올랐다. 모델Y의 경우 롱레인지 7989만원, 퍼포먼스 8699만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990만원, 700만원 인상했다.
테슬라가 가격을 인상한 이유는 최근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인 니켈과 리튬 가격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니켈과 리튬 가격은 각각 톤당 약 2106만원, 868만원 수준이었으나, 이날 기준 니켈은 톤당 약 2901만원, 리튬은 톤당 약 7828만원으로 올랐다. 리튬 가격은 1년 만에 9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또한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상반기 톤당 5만원, 하반기 톤당 12만원 등 총 17만원을 인상한 바 있다.
원가 상승 외에도 최근 반도체 대란 문제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급 논리에 따라 가격이 오른 것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선 다른 브랜드 대비 상대적으로 테슬라 인상률이 높은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연식변경,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완전변경(풀체인지)을 내놓을 때 가격이 오른다. 가장 변화가 큰 완전변경 모델이라 하더라도 1억원대 아래 차급에선 보통 200만~5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르는데 그친다. 테슬라처럼 차량에 별다른 변화 없이 1년 만에 1000만원 가까이 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또 수급 논리를 적용하기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테슬라는 지난해 다른 완성차 대비 반도체 대란에 따른 피해가 적었던 브랜드 중 하나다. 테슬라는 지난해 약 93만대 차량을 인도하며 전년대비 2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389만여대 판매에 그치며 작년 초 목표로 했던 416만대를 채우지 못했다. 현재 현대차 출고 대기 물량은 약 47만여대로, 지난해 내수 판매(72만6838대)의 약 64%에 달한다.
테슬라코리아가 가격 인상에 배짱을 부릴 수 있는 배경은 우선 높은 수요가 꼽힌다. 테슬라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전기차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자동차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코리아 판매량은 1만7828대로 전년대비 50.8% 증가했다.
올해에도 출고까지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릴 만큼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더라도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해 정부 전기차 보조금 축소도 테슬라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테슬라코리아는 정부 보조금에 맞춰 모델3 롱레인지 가격을 5999만원으로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전액 지급 상한선을 5500만원으로 낮추면서, 보조금에 맞춰 가격을 내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보조금을 전액 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보조금 반액을 받을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대를 올려 수익을 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5500만~8500만원대 전기차에 대해서는 보조금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 일정이 갈수록 밀리고 있는 점도 테슬라 가격 인상 이유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오닉5, EV6, GV60 등은 최근 계약 후 출고까지 1년 이상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 전기차 출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어, 국내 물량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테슬라의 배짱 장사가 앞으로도 계속 통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까진 테슬라를 제외하면 마땅한 수입 전기차가 없지만 올해 폴스타, 볼보, 폴크스바겐, BMW, 벤츠, 렉서스 등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에서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테슬라 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폴스타의 경우 테슬라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상륙한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올해 출시한 폴스타2는 사전계약 1주일만에 4000대를 판매하며 올해 물량을 모두 소화했다. 아울러 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 지난 15일 출시한 전기차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도 판매 하루만에 완판됐다.
여기에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첫 순수 전기차 모델 ID.4를 출시할 계획이며 BMW는 i4를, 벤츠는 EQE와 EQB를 각각 선보인다. 렉서스도 UX300e를 연내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EV6 GT, 한국GM 볼트EV·볼트EUV,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 등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