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에 제조사들 가격 인상 시도
테슬라 모델3·모델Y 가격 미국서 2000달러 인상···벤츠·BMW “고급차 중심 고가 정책 유지”
부분 변경 및 연식 변경 출시 때 가격 인상폭 커질 수도
고수익차 중심 생산·판매 통해 제조사 피해 예상보다 적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차질로 수급균형이 무너진 가운데,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를 가격 인상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흘러갔으나,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공급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칼자루를 쥐게 된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을 시도하려는 모습이다.
12일 미국 기술전문매체 CNET와 야후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서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을 기존 5만2990달러(한화 약 6357만원)에서 5만4990달러(약 6597만원)로 2000달러 올렸다. 모델Y 퍼포먼스는 이전 대비 1000달러 인상했고,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도 2000달러 올렸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수 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렸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3분기 테슬라는 24만1300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73%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테슬라 뿐 아니라, 벤츠 모회사 다임러와 BMW 등도 최근 반도체 대란에 따라 고급차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고가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하랄드 빌헬름 다임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의도적으로 차량 공급을 수요 대비 부족한 수준으로 만들 것”이라며 “동시에 더 높은 가격의 고급 모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피터 BMW CFO도 “지난 2년간 가격 결정력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현재와 같은 가격 결정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량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가 공급자 중심 시장으로 바뀌면서 가격 인상 현상은 다른 브랜드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완성차 업계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가격 인상을 시도하지 않고 있으나, 추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나 연식변경 모델 등을 내놓을 때 가격 인상폭이 기존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경우 기존 대비 할인폭을 줄이면서,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얻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대기 고객이 늘어나자, 할인 혜택을 축소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수급불균형에 따라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판매에 집중하면서 수익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모델을 생산 우선수위에 두고, 상대적으로 수익이 떨어지는 모델을 후순위로 미루면서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 현대차 출고계획을 살펴보면 아반떼, 베뉴, 코나 등 낮은 차급 모델의 경우 납기 기간이 4~6개월 가까이 걸리는 반면,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G70, G80, G90 등은 4~10주 정도로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도 4~8주 정도로 중형인 싼타페(4~5개월)보다 대기기간이 짧다.
고수익 모델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면서 자동차 제조사의 실적 악화도 예상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7393억원으로 추정된다. 한달 전 추정치(1조8074억원)보다 하향 조정됐지만, 조정폭은 크지 않다.
또한 최근 현대차 분기별 영업이익과 비교해도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5903억원을 기록했으며 3분기 3138억원 적자를 냈고, 4분기엔 1조254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해에는 1분기 1조6566억원, 2분기 1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낸 지난 2분기와 비교하더라도 추정치는 약 1500억원 차이다.
반면 3분기 회사 판매량은 89만4664대로 전년대비 10%, 전분기대비 13% 감소했다.
아울러 미국 투자 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벤츠는 2분기 수익률이 12.2%로 2018년(8.4%)대비 3.8%p 상승했고, BMW는 16%로 2018년(8.6%)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