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득자, 미실현 소득 과세 부담 큰 상황”
“조세 통한 부동산 안정화, 사실상 불가능”
“세율 낮추면 세금 더 걷힌다는 인식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무소득 1주택자에 대한 과중한 세금 부담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4·7재보궐선거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선거 결과가 그동안 지속돼 왔던 부동산 세제 강화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으로 해석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감세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21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 교수연구실에서 진행한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조세를 통한 부동산 안정화는 실현되기 어려운 정책”이라며 “거래세와 보유세 모두 강화하면서 거래가 틀어막혀버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은 세율은 낮게 세원은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한 홍 교수는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해 “세율을 올린다고 세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 경영여건이 나아져 오히려 세금이 더 걷힌다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연합뉴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가 21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강수지 PD

-최근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조세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조세를 통한 부동산 안정화는 사실상 어려운 정책 수단이었다. 실제 소득은 없는데 허공의 소득, 이른바 미실현 소득에 대해서 과세를 강화하면서 조세 부담력이 떨어지고 이로인해 조세저항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세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조세를 손보면서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강화했다.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갖고 있으면 엄청난 세금을 부담하고, 팔려면 최대 80% 양도소득세를 내는 상황이다. 과도한 세금이 부동산 수급을 완전히 막는 형국이 됐다. 이 왜곡된 상황을 풀지 않으면 조세 문제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안정화도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조세 관련한 여러 부분을 보완해야 할 시기가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종부세는 국가가 세금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복지 수준을 감안해 분배해 왔다. 그러다보니 국가가 공시가격, 세율, 공정시장가액 등을 자신의 전권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종부세는 지자체가 걷는 재산세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를 근거로 종부세도 지자체가 걷고 재정이 열악한 곳에는 자기들의 협의에 따라 일부 재원을 분배할 수 있도록 지자체 중심으로 종부세를 개편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재정학적으로나 해외 사례를 봤을 때 종부세를 재산세화 하고 지자체에서 통제하는 것은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오 시장의 내세우는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정책과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

정부의 정책과 지자체의 정책이 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조세, 부동산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 보니 지자체가 새로운 개선 방안을 거론하는 것이다. 이건 큰 문제라기 보다는 지자체장의 새로운 의견을 정부와 함께 공유하면서 헤쳐 나가면 좋은 방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금 수준은.

거래세와 보유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둘 다 상위그룹에 있다. 특히 거래세는 세계 최고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보유세도 강화 추세가 두드러지는데 아직 부과하지 않은 올해 분을 생각하면 손에 꼽을 만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본다. 

-보유세가 높아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인상이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하지만 1주택에 대해서도 정부가 세율,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을 모두 올리는 방향으로 가는 건 문제가 있다. 연로하신 분을 비롯해 실제 손에 들어오는 소득이 없는 여러 계층이 있다. 이들의 집값이 올랐다 하더라도 다른 집값도 모두 오른 상태에서 세금을 내라고 하면 조세 부담능력이 없게 된다. 세금 부담능력이 없는 사람이 보유세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세금을 더 내게 되면서 재산권 침해 문제가 거론되는 등 헌법적인 요소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세제를 풀면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보유세를 집중 거론하는 경향이 있다. 보유세를 올리면 당연히 부담을 느낀 사람은 팔고 나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율 가산율을 10~20% 올려 버리는 바람에 팔고 나갈 길을 막아버렸다. 팔지도 못하고 세금도 못내는 악순환이 합리적 조세 및 부동산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연합뉴스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강수지 PD

-현행 상속세 제도 중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이다. 특히 주식의 경우 대주주에게는 10%를 가산해 60%를 부과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기업에 투자한 사람에게 상속세를 강화하는 것은 기업 성장에 장애요소가 된다. 또 인간의 본성이나 글로벌 기준을 고려해도 상속세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개정해야 하고 최소한 소득세보다는 높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 세무조사 제도에 문제는 없나.

세무 당국이 납세자 입장에서 세무조사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납세자는 언제나 닥칠 수 있는 세무조사를 대비해 인력이나 자원을 준비하는 것은 제한 요소가 있다. 과세권자는 세심한 배려를 갖고 접근하려는 자세.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을 좀 더 얻는 것보다 오히려 기업이 살아나서 상생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고도 가질 필요가 있다. 국고주의보다는 납세자주의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세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세율을 올려 증세를 꾀했지만 세수 증가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가 밑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세율을 올려도 세금이 오르지 않는다. 세수를 올리려면 경제를 살려야하고 경제를 살리는 핵심 엔진은 기업이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방향으로 각종 규제와 조세제도를 가져가야 한다. 세금을 깎아주면 오히려 세금이 더 걷힌다는 사고가 필요하다. 세율을 내리는 게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고 민간 성장을 일으키고 기업을 살리기 위한 여러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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