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서 ‘에너지 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토론회 열려
전문가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간 재통합’ 대안으로 제시 
가격 결정 문제점 등 거론···‘경쟁 체제 도입’ 비현실적 지적도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20년 정도 현 체제로 발전시장을 운영해왔는데 성년기 시점에서 되돌아볼 중요한 시점이다. 다만 굉장히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긴 시간을 소요할 수 있다.” (이채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 서기관)

“전력산업에서 환경지속성이 굉장히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도)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발전원가 상승 문제, 형평성 이슈, 신재생에너지 간헐성 등 고려할 게 많다.” (송재도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에너지 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이승욱 기자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에너지 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이승욱 기자

대안의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대안을 위한 각론은 조금씩 달랐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국내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개편 주체들은 대체적으로 논의 자체에는 공감했지만 속도와 대안 모델, 전제 조건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사라지는 일자리 문제 거론 없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주영 의원 등이 주최하고 전력산업정책연대(의장 최철호)와 혁신더하기연구소가 주관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전력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와 정책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발제는 최근 ‘에너지 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연구보고서를 공동으로 펴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와 안현효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가 각각 맡았다. 정 교수는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전력산업의 미래를, 안 교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통합적 전력사업의 비전을 주제로 발제했다. 

두 교수는 대체적으로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한 발전자회사들의 재통합에 초점을 맞춘 구조개편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정 교수는 현재 국내 전력산업 구조의 뼈대가 되는 지역별‧발전사별 특화는 효과적인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전략산업 구조개편 후 형성된 기형적인 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까지 맞닥뜨리고 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만자발전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드러나고 과당경쟁, 비효율적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면서, 나아가 에너지 전환이 전략사업 민영화로 귀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라지는 일자리 △발전사별 과열경쟁과 비효율적 투자 △신재생에너지 전환 시 고비용 문제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정 교수는 특히 에너지 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점으로 일자리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는 창출하는 일자리도 있지만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는데 아직 적극적인 대책은 없다”며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2030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도 일자리 전망 등 노동의 문제는 소홀히 다뤄져 희생을 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독특한’ 공기업 관리로 국내 전력산업 ‘좌지우지’

정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과 ‘전력 공기업’의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한국전력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고, 전력산업이라는 공익적 기반 위에서 환경 변화에 순발력으로 대처하는 민간기업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요약했다.  

정 교수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요인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의롭고 효율적인 전환을 위해서 한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성과로 이미 검증된 통합 공기업의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검증된 공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이 부작용을 줄여서 빠른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현효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은 독특한 우리나라의 공기업 관리방식을 갖고 있다”면서 “급격한 구조개편이 시작된 후 추진이 중단됐지만 그 방향은 유지돼 개방 중심의 민영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가 ‘독특한 공기업 관리방식’이라고 지칭한 것은 2010년 발전자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후 예산‧감사 등 경영 전반이 정부의 직접 통제하에 있지만, 경영평가는 기획재정부, 기관장 및 감사는 대통령이 선임하는 복잡한 관리관계를 말한다. 또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경영계약 역시 지식경제부 장관과 발전자회사 사장 간에 이뤄지면서 한전이 모회사로서 경영 지휘나 조율 기능을 못한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 교수에 따르면, 국내 전력산업은 지난 1999년 구조개편 논의 후, 2001년 한전에서 화력발전 5개사와 한국수력원자력 1개사가 수직 분리와 수평 분할됐다. 이후 2004년 5월 노사정 합의로 배전 분할은 사회적 합의로 중단됐지만, 2010년 발전자회사는 시장형 공기업을 지정됐다. 또 2016년 전력 판매시장 개방과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화력발전 정비 분야로 민간으로 개방이 확대돼 왔다

안 교수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정례협의체를 두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발전자회사가 직접 정부의 통제를 받은 상황에서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한전의 수직재통합보다 발전자회사간 통합 방식을 먼저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임시방편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안 교수는 대신 현재 전력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가장 현실적인 공기업 재통합 방향은 발전자회사를 한전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수직재통합이 연료구매와 인력운영에서 규모의 경제 뿐만 아니라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효과적인 에너지 전환에서 범위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처는 ‘속도론’, 학계는 ‘시급’ 온도차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에너지 전환 및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할 이해당사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토론자들은 대부분 관련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해당 부처인 산자부와 기획재정부 측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속도론을 강조한 반면, 학계 및 노동계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원 산자부 전력시장과 서기관은 “발전사 분할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려 했지만 사회적 합의로 중단을 하면서 (전력산업 구조가) 과도기적인 기형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요구와 외부 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서기관은 “어디로 갈 것인지는 굉장히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어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긴 시간이 소요될 있다”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하는 이슈”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이상규 신성장정책과장도 앞서 이 서기관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내면서 “(탈탄소 사회와 에너지 분권 등) 큰 방향에서는 같은 방향을 가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에너지 전환과 구조개편 등 정책을) 집행하는 데는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나 의견의) 조화나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송재도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논의 시급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했다. 송 교수는 “전력산업의 목적을 국가안보와 형평성, 환경지속성, 효율성이라는 네 가지로 보면 이에 적용하는 가중치도 시기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환경지속성은 그 중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어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재국 국회 입법조사관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야기를 하면 ‘이해당사자가 얽혀 있는 부분’이라며 ‘숙고’, ‘토론’이라는 단어로 시작하지만 (과거 구조개편의) 시작도 전격적이었고, (배전 분할 등 구조개편) 중단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면서 “그동안 논의가 담론 수준만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 구조가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영화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가격 결정권이 사실상 정부에게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를 통한 완전한 경쟁 구조 도입은 적절하지 않고, 실현도 불가능하다는 점이 이유다. 

◆민영화‧경쟁체제 도입 부정적···“한전 등 경쟁력 있나도 따져야”

송재도 교수는 “전력산업은 일반적으로 경쟁을 도입하는 데 장애요인들이 많다”면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외형적인 경쟁 구조만 갖추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승재 한국서부발전 노조위원장은 “한전과 발전사 분할 후 분사된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들은 전력거래소의 전력거래시장을 통한 도매경쟁을 하게 됐지만 공공재의 민영화로 인한 폐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결국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고, 전력산업구조개편도 중단됐다”고 반론을 폈다.  

현재 한전과 발전사간 관계의 재조정을 위한 구조개편에 앞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개편은 (단기적으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현 상태 유지보다는 비용 절감이 가능해야 한다”면서 “과연 지금 한전과 발전자회사, 전력거래소는 경쟁력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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