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본회의서 ‘임대차 3법’ 중 2개 법안 처리···31일 임시국무회의서 의결 전망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상가건물임대차위원회 신설 등 즉각 시행될 듯
민주 “7월 임시국회서 처리돼야 부동산 과열 통제”···통합 “전세제도 소멸 예상돼”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대책 후속 법안 처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등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속한 처리가 필수적이고, 출범 법정시한을 넘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도 서둘러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의회독재’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실패한 정책인 부동산 대책과 위헌소지가 있는 공수처 관련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반이상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이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 의지를 재차 밝히고 있는 만큼 법안 처리에는 당장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부동산 대책 등은 민감한 이슈인 만큼 여론 추이 변화와 야당의 투쟁·반발 효과 정도 등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민주당, 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본회의 단독 처리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법안을 통과시켰다. 두 법안은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29일 의결됐고, 이틀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통합당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본회의에 불참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한 꼴이 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세입자가 2년 계약기간 이후 추가적인 2년 계약 연장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폭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상한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주골자는 법무부가 상가건물 임대차 관련 업무를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관할토록 하고, 상가건물임대차위원회를 법무부에 신설하는 내용이다. 또한 상가건물임대차위원회 위원은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으로 하도록 했다.

이와 같은 법안들의 이례적인 신속 처리는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부동산 대책의 목표인 투기 근절, 시장안정화 등 효과를 꾀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본회의에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를 준수하며 부동산 입법을 추진 중”이라며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입법이 완료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11월이 돼야 처리가 가능하다. 그때는 늦어서 부동산 과열을 통제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7월 임시국회에서 법안들이 처리돼야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고, 법안 처리 과정·절차상에 국회법 등을 위반한 일이 없다는 점도 민주당은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해당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시행 절차를 조속히 밟는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의결하고 대통령 재가를 받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가 후 관보에 실린 법안은 곧바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여당은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전월세신고제는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해 내년 6월 1일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본회의 표결 불참한 통합당 “심리·토론 없이 상정된 법안, 표결 못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 불참 이유에 대해 “소위원회 구성, 심리와 토론도 없이 상정된 법안에 표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본회의에서 토론을 진행한 조수진 통합당 의원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이름은 정말 근사하지만 한 꺼풀만 걷어내면 문제점이 보인다”며 “전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내용인데도 불과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매듭짓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대책으로는 집값 상승 억제 등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없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경우도 임차인에 일방적인 내용이라는 것이 통합당의 주 비판 내용이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경제학자로서 마음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을 법이라고 만든 사람들의 무지함과 뻔뻔함에 분노가 치밀지만, 정치적으로는 여당의 자충수이니 화낼 필요가 없다는 복잡한 마음”이라며 “개정된 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주택임차보호법으로, 임대인을 법의 보호 테두리 밖으로 밀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전세제도 소멸”이라면서 “임대인은 적이고 임차인은 친구라는 선언을 하고 있으니 정책을 실제 작동하게 하는 것이 법안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도 라디오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도시를 마비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료를 통제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며 “민주당이 책임져야 될 부분이지만 민주당이 책임지는 사이 국민이 겪을 고통은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이번 ‘임대차 3법’을 본격적인 대여(對與) 공세의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임대차 3법’의 역효과, 민주당의 ‘의회독재’ 행태 등을 부각시키며 여론을 돌리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아울러 출범 법정시한을 넘긴 공수처 관련 후속법안(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 등)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된 만큼 이에 대한 위헌성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합당 내부에서는 마땅한 대여전략이 부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과반이상 의석을 무기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당은 국회 내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임위원회 등에서의 항의 표시, 기자회견 등 밖에 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이 정도로는 여당을 견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때 ‘장외투쟁’도 일부 거론됐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 경험했듯이 여야 협상에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좋지 않아 딱히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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