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주택 공급 부족 우려에 ‘추가 공급택지 발굴’ 지시
국토부·여당 그린벨트 해제 검토···이해찬 “획기적 공급 확대 방안 마련해야”
서울시 반대 고수···박원순 “그린벨트 해제 불가는 서울시 기본철학”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주택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울 추가 공급 방안 마련을 지시한 가운데 정부·여당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론이 급부상 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로 기존 서울 내 대규모 주택 공급 통로가 막힌 만큼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대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정책 당국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부·여당, 그린벨트 활용 방안 검토···강남 세곡·서초 내곡 등 공급효과 기대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여당에서 그린벨트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날 강훈식 더불어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도 정부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날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획기적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거듭 부동산 문제 해결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역시 서울에서 신규로 확보할 부지가 마땅치 않은 만큼 그린벨트 해제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폭등 우려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 기조는 그대로 놔둘 가능성이 크다”며 “그린벨트 해제와 같은 획기적 공급안이 추가되지 않으면 정부가 기대하는 대규모 공급 방안을 충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3기 신도시로 공급량을 아무리 늘려도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해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활용가치가 떨어진 지역은 주택을 공급해 서민주거 안정성을 높일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내 그린벨트 규모는 149.13㎢로 서울 전체 면적의 25%에 해당한다. 서울 시내에서 보존 가치가 낮아(3등급 이하) 해제가 가능한 그린벨트는 29.0㎢로 추정된다. 지역별로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서구 18.92㎢, 노원구 15.91㎢, 은평구 15.21㎢ 등이다. 특히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우면동 등 강남권 그린벨트는 해제 1순위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농지 중심으로 구성돼 그린벨트 중 보존가치가 낮은 곳(3등급 이하)이다. 강남과 분당 사이에 있어 공급 효과가 충분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시 해제 반대 고수, 국토부 직권 해제 가능성 커져···“정부·여당, 부동산 민심 달래기 절실”
문제는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6일) 서울시청 태평양홀에서 열린 민선 7시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의 기본 철학에 해당하는 그린벨트 (해제)는 안된다”며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야 할 보물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는 그린벨트를 지키는 대신 다른 시유지를 이미 양보했다”며 “(그린벨트는) 당대에 필요하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지난 2018년에도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 적이 있지만 박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 불가’를 강력히 주장하며 시내 주택 공급 절충안을 내놓자 그린벨트 해제는 없던 일이 됐다. 당시 서울시가 내놓은 절충안은 오는 2022년까지 시내 유휴부지분 47곳에 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유휴부지분 47곳 중 사업시행단계에 접어든 곳은 13곳(착공 5곳)에 불과하다. 일부 사업은 주민 반대 등에 부딪혀 있는 데다 대부분 소규모 사업들이어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직권 해제 카드를 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2조 3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환경평가 결과 보존가치가 낮게 나타나는 지역은 규모에 상관없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력하게 주문한 만큼 국토부에서는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고,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부동산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해관계자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만큼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