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소비자 혜택 축소
“다 내렸는데, CEO 연봉만 올랐다” 비판
황창규 KT 전 회장 연봉만 소폭 줄어

이미지 = 이다인 디자이너
이미지 = 이다인 디자이너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 CEO들이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거액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전년에 비해 연봉이 10억원이나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통신 3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급여 13억원, 상여금 32억2800만원, 기타 보수 300만원을 받아 총 45억3100만원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측은 “MNO(이동통신)에서 요금 추천, 로밍, 멤버십 등 8대 고객가치 혁신 활동을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연간 가입자 18만5000명 순증, 역대 최저 연간 해지율 1.22%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며 “MNO·미디어·보안·커머스 4대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재편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에 이어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급여 15억3700만원, 상여금 6억2600만원을 받아 총 21억6300만원의 연봉을 기록했다. 황창규 전 KT 회장은 급여 5억7000만원, 상여 8억5000만원 등 총 14억42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14억4900만원과 비교해 소폭 줄어든 수치다.

각 통신사는 사업보고서에서 자사의 CEO들이 사업구조 변화 등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통신사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너무 많은 연봉을 챙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SKT 1조1100억원, KT 1조1510억원, LG유플러스 686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7.6%, 8.8%, 7.4% 감소한 수치다. 5G 상용화와 관련해 각 통신사 간의 출혈 경쟁 및 설비투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역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박 사장의 경우 계속된 SK텔레콤의 실적 악화에도 꾸준히 거액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2013년 2조111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6년 만에 1조원가량 감소한 상태다. 반면 박 사장의 연봉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 등으로 주가가 폭락해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SK텔레콤 주가는 18만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1월 23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30%가량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주주는 박 사장이 통신사 ‘연봉킹’에 오른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한 주주는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대표 연봉만 전년 대비 10억원 이상 오른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오른 연봉만큼 자사주 매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소비자들 역시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5G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면서 마케팅비용에 부담을 느낀 통신사들이 지난해 멤버십 혜택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역시 지난해 2월 자체 음원 서비스 ‘플로’를 출시하면서 멜론과의 T멤버십 제휴 할인 서비스를 종료했다. T멤버십 커플 고객에게 1년에 2번 제공하던 메가박스 영화표 ‘1+1’ 혜택도 사라졌다. 편의점 ‘1+1, 2+1’ 등 행사 상품의 중복 할인도 없앴다.

아울러 지난해 6월부터 공시 지원금도 대폭 줄였다. 현재 갤럭시20의 공시 지원금은 요금제별로 10만~17만원 수준이다. 앞서 출시된 갤럭시S10 공시 지원금(최대 54만6000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에서 박 사장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강조했다. 사실상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혼자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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