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사라진 신학기 가전 특수

19일 오후 방문한 용산 전자랜드 상가에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19일 오후 방문한 용산 전자랜드 상가에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올 초부터 계속 장사가 안되기 시작했어요. 매출은 3분의 1로 줄었고요. 요즘 누가 오겠어요.” 

19일 오후 용산 전자랜드의 LG 노트북 판매대리점 직원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용산 전자랜드 상가에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전자랜드 입구에는 코로나 19에 대비해 하루에 다섯 차례 주요 시설을 소독하니 안심하고 쇼핑하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지만, 청정 매장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도 매장 안은 한산하기만 했다. 신학기를 맞아 진행하는 백 투 스쿨(Back to School) 프로모션 특수도 보이지 않았다. 

노트북과 PC를 주로 취급하는 3층은 방문객을 찾기가 힘들었다. 매장 사장들과 직원들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연신 모니터를 들여다보거나 전시된 제품 주위만을 맴돌고 있었다. 

방문객 발길이 끊긴 것이 오래된 모양인지 매장은 누가 와도 흘끗 들여다보는 기대감조차 없었다. 게임 전용 노트북을 진열해놓은 한 판매점 직원은 “원래라면 지금은 당연히 특수 시즌이지만, 지금은 특수고 뭐고 손님이 없다”며 “여기 있는 곳들처럼 소매점은 손님 발길이 끊긴 지가 오래됐고 온라인이나 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립 컴퓨터를 판매하는 한 매장 직원은 “우리처럼 오래된 매장은 이미 워낙 잘 안 된다”며 “신학기도 코로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다가도 매장에 누가 들어서자 직원은 무엇을 찾냐며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방문객이 그래픽카드가 있는지를 물어보자 직원은 판매하지 않는다며 바로 돌아섰다.  

카메라를 주로 판매하는 2층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본관의 한 카메라 판매점 직원은 “여기는 요즘 올스톱 상태”라며 “손님들이 대면 접촉을 꺼리니까 매장에 물건을 사러 통 나오지를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신관에서 카메라를 깔끔하게 전시해놓은 한 판매점에서는 직원들이 진열대 주변을 서성대기만 하고 있었다. 직원은 “액션캠, 일상에서 촬영할 때 쓰는 카메라 수요는 확 줄었다”며 “신학기 수요를 코로나가 다 꺾었다”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 뿐 아니라 인근 주민이 주요 고객인 가전 판매점도 사라진 신학기 특수에 막막한 상황이다. 서울 성북구 소재 한 가전제품 판매점 직원은 “신학기 특수로 노트북이 월 100대가 나갔다면 지금은 30대가량이 나가니까 70%가 매출이 떨어진 셈”이라며 “재택근무나 원격 수업을 한다고 해서 우리 매장도 혹시나 반사 매출이 늘까 했는데 그건 다 온라인 판매 얘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은 카메라는 찾는 손님은 아예 없는 수준이라고도 말을 보탰다. 

실제로 온라인 판매사이트에서는 노트북과 PC, PC 카메라 수요가 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 달간 노트북과 PC, PC 카메라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 덕을 본 탓에 ▲노트북 43% ▲PC 77% ▲PC 카메라 120%로 매출이 상승했다. 반면 카메라는 판매량이 16% 감소했다. 

하지만 용산 전자상가에서 온라인 판매를 주로 하는 업체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로 판매량이 부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효상가에서 삼성‧LG 등 다수 노트북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한 판매점 직원은 “온라인은 상황이 낫다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신학기인데도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상가에 위치한 삼성 PC‧노트북 온라인 판매점의 한 직원은 “물량을 받으려면 중국 공장과 접촉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재고가 바닥난 상황”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신전자타운에서 PC 카메라를 온라인으로 유통‧판매하는 한 업체 직원은 화상 카메라 수요를 체감하고는 있다고 답했다. 직원은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늘어난 탓에 주문이 늘어난 것 같다”며 “쿠팡이나 지마켓, 옥션 같은 오픈마켓 사이트는 우리 판매점이나 용산 말고도 전국 각지를 잡아 추산하니 크게 늘었다고 하겠지만 사실 개별 업체 입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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