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의 개인적 외부활동” 해명했지만, 법무법인 차원에서 홍보
지평, 삼성 사건 수임하면 준법감시위 독립성 의심받을 수 있어
지평 "준법감시위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시로 돕는것"

삼성그룹 준법감시위 위원장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전 대법관)가 지난 1월 9일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 위원장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전 대법관)가 지난 1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 위원장을 맡은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이 준법감시위의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의 위원장 활동이 개인적인 외부 활동이라는 해명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이 법무법인이 향후 삼성 그룹 관련 사건을 수임할 경우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이 의심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5일 시사저널e 취재를 종합하면, 준법감시위 위원장 김지형 변호사(전 대법관)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달 9일, 지난 4일과 5일, 13일 총 네 차례 준법감시위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발신인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지만 메일 주소는 지평이 포함된 ‘pr_****@jipyong.com’이다.

1월 9일 배포한 보도자료 메일에는 “법무법인 지평 홍보팀입니다. 오늘 진행된 준법감시위 기자간담회 자료를 송부합니다. 법무법인 지평 홍보팀 ***팀장”이라고 적시돼 있다. 지난 2월 4일 메일에는 준법감시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 내용이, 같은 달 5일자 메일에는 제1차 준법감시위 회의 관련 보도자료 내용이 담겼다. 지난 13일자 메일에는 준법감시위가 제2차 회의를 가졌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법무법인 지평이 준법감시위의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는 김지형 대표 변호사의 위원장 활동이 법무법인과 무관하다던 과거 지평 측 설명과 다르다.

앞서 시사저널e는 지난 1월 22일 지평 측에 ‘준법감시위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삼성 계열사의 사건을 수임하지 않을 것이냐’고 물었다.(관련기사☞삼성 ‘준법감시’하는 김지형, 사건수임 가능성 묻자 “개인 외부활동”)

당시 지평 관계자는 “대표님(김 변호사)의 준법감시위 활동은 회사 차원의 업무가 아니고 개인적인 대외활동에 해당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삼성그룹 측에도 ‘회사 사건을 지평에 맡기지 않겠다는 취지의 신사협약이 별도로 존재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룹 관계자는 “김 변호사나 지평 측에 직접 물어보라”라고 말했다. 지평이 앞으로 삼성그룹 관련 사건을 수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법무법인 지평 메일 주소로 배포된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 보도자료.
법무법인 지평 메일 주소로 배포된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 보도자료.

문제는 위원장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삼성그룹 관련 사건을 수임할 경우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변호사가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지평에 관련 사건이 쏠리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김지형 변호사의 준법감시위 활동과 법무법인 지평이 무관하다던 과거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준법감시위 홍보는 삼성이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삼성이 지평에 사건을 몰아준다면 김 변호사와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고, 이를 감시할 방법도 현재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평 관계자는 “준법감시위가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당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지평이 임시로) 도와드리고 있는 것이다”면서 “앞으로 담당자가 지명되면 그쪽에서 관련 업무를 할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과거 대법관 시절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기소된 사건 주심으로 삼성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사건인 에버랜드 헐값 전환사채 관련 판결에서 주심 대법관으로 무죄 의견을 낸 것이다.

당시 대법관 5명이 유죄 의견을 냈는데, 김 변호사가 무죄 의견을 내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이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준법감시위 위원장을 수락한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며 “삼성이 아니라 일반 회사의 사건이었어도 유죄가 확실한지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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