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사망 1년’ 외주화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2.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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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하청노동자 여전히 하청 소속에 노무비 착복도···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처리 진전 없어
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정부 추가 대책’ 조만간 발표···정규직화 방침은 거론 안 될 가능성 있어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24)가 석탄운송설비에서 운전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사진은 김용균 씨가 2017년 9월 입사를 앞두고 자택에서 정장을 입고 씩씩하게 거수경례하는 모습이다. / 사진=공공운수노조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24)가 석탄운송설비에서 운전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사진은 김용균 씨가 2017년 9월 입사를 앞두고 자택에서 정장을 입고 씩씩하게 거수경례하는 모습이다. / 사진=공공운수노조

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일터에서 죽은 지 1년이 지났으나 사망의 원인으로 결론이 나온 발전소의 외주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안전한 일터를 위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발전소의 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다. 노무비는 하청업체들이 중간에서 착복하고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산업부, 고용부와 함께 조만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직접고용이나 노무비 착복 근절에 나서라는 권고안에 대해 추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여기서도 직접고용에 대한 방침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노무비 착복 개선안은 추가 대책에 나올 수 있으나 내용의 실효성이 관건이다.

고(故) 김용균씨는 1년 전 이날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이후 지난 8월 19일 특조위는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김용균 사망 사고의 근본 원인이 전력 발전 산업의 ‘원·하청 구조’라고 분명히 밝혔다. 원청인 발전사와 하청업체 간 소유와 운영이 분리되면서 책임 회피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김씨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11개월 전인 2018년 1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을 요청했다. 낙탄을 사람이 직접 치우지 않고 고압의 물로 쏴서 처리하도록 시설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평소 작업에서 지휘와 감독을 하면서도 하청노동자가 원청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며 이를 무시했다. 하청업체도 컨베이어벨트가 자신의 설비가 아니라며 권한이 없다고 개선 요청을 회피했다. 결국 설비 개선 요청이 무시된 업무 환경에서 김씨가 사망했다.

이에 특조위는 노동안전을 위한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경상정비 노동자들을 발전사가 직접고용해 정규직화하라고 권고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는 각 발전사로 통합운영하고 해당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밝혔다. 경상정비업무는 한전KPS로 재공영화하고 민간정비회사 소속 노동자를 한전 KPS가 직접고용하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대상자는 2차 하청 노동자까지 포함하라고 했다.

정부도 특조위 권고에 즉각 반응했다. 특조위 진상조사 발표 다음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특조위 권고안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라고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 발표 후 4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으나 정부는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위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와 여당은 ‘하청 노동자 대상 발전사 직접고용과 자회사 방식 고용 등을 노사가 알아서 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10일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현재 정부와 여당은 발전 산업 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적극 나서서 추진하지 않고 뒤로 빠져있다. 노사가 알아서 논의해 정하라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만간 발전산업 등의 산재와 안전 관련 추가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도 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직접고용 계획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이에 정치권 관계자는 “발전소 하청 노동자 운전 분야의 경우 직접고용과 관련해 노사전 협의체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추가 계획에서 직접고용 계획이 나오긴 어렵다”고 밝혔다.

발전소 측 관계자도 “노사전 통합협의체에서 직접고용 방식을 두고 발전사 직접고용과 한전산업개발을 활용한 자회사 방식의 직접고용 가운데 이견이 크다”며 “정부 추가 대책에서 직접고용에 관한 대책은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본다. 노무비 착복에 대한 대책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돌아가시고 1년이 됐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특조위 권고 가운데 즉시 추진할 수 있는 사항들은 지체 없이 이행했다. 안전시설과 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충‧개선했고, 마스크도 특급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리는 “그러나 일부 권고는 노사 간 입장 차이를 해소하고 법을 개정하거나 추가로 연구해야하기 때문에 특조위 권고대로 즉각 이행하기는 어려웠다. 발전산업 민영화・외주화 철회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어서 역시 어려웠다”며 “정부의 판단을 만족스럽지 않게 여기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정부는 조만간 추가 계획을 발표하겠다. 계획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도록 지속 점검하고 보완・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업 현장에서는 다른 주장이 나온다. 김용균 1주기 추모위는 “이낙연 총리가 말한 특급 마스크 지급은 최근까지 사놓은 1, 2급 마스크 전체를 소진한 후에 지급한다는 업체도 있었다”며 “긴급안전조치라고 작년 12월 17일 발표한 2인 1조 역시 196명을 충원했다고 하나 이 인원으로는 2인 1조 운영이 어렵다. 태안화력의 경우만 보더라도 일부 충원해 억지로 2인 1조를 만들다 보니 점검횟수를 줄였다. 그렇게 되면 한 번 점검시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심지어 컨베이어가 있는 곳에 2인 1조를 시행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용균 특조위도 490명의 충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96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당정이 지난 2월 설 직전 발전소 하청업체들의 노무비 착복 문제 개선을 노동자들에게 약속했다. 특조위도 권고안 발표를 통해 ‘하청 노동자의 적정임금이 보장되도록 입찰계약 시 직접노무비에 낙찰률 적용 금지, 직접노무비의 중간 착복 없는 관리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당정의 대책 발표 9개월이 지나고 특조위 권고도 석달이 지났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직접노무비가 노동자들에게 전액 지급되지 않고 있다. 하청업체의 노무비 착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도 당사자 중 하나인 하청 노동자들은 제외됐다. 발전사와 협력업체만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발전사 관계자 및 여권에 따르면 정부의 추가 대책에서 노무비 착복 문제 개선책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노무비 ‘낙찰률’을 두고 하청 노동자와 발전사 간 이견이 여전히 크다.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원하청 간에 노무비 착복에 관한 개선 대책안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 다만 원청에서 인건비 관련 낙찰률을 아예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이태성 간사는 “노무비 착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무비를 설계한대로 하청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설계된 단가에 낙찰률을 적용해선 안 된다. 그런데 원청인 발전사에서 최대한 싼 비용으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하청업체는 노무비 지급률에 대해 구체적 자료를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경찰은 김용균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직접적 최고 책임자인 원청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사장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발전소 작업 현장의 발암물질 등 안전대책도 미비하다.

작업 현장 개선의 결정권을 가진 원청과 최고 책임자, 기업 등에 산업재해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 산재를 막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도 진전이 없다.

2001~2017년 연평균 2366명이 산재 사고로 죽었다. 이 기간 정부 통계로만 154만3797명이 산재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기업 책임자 처벌은 거의 없었다.

산재 사망과 사고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됐다. 발전소에서 일어난 산재 사망사고 10건 중 9건이 하청 노동자에게 일어났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발전노동자 40명이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92%인 37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뿐만 아니라 김용균 사망 사고 이후에도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산업재해와 이로 인한 하청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김용균 추모위원회와 유가족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사망 1주기를 맞아 추모제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김용균법 전면 재개정, 특조위 권고사항 이행,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했다.

추모위는 앞서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김용균 사망사고 책임자로 검찰에 넘겨진 관계자 11명 가운데 원·하청업체의 대표가 빠졌다며 이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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