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폴드 화면 결함 이어 갤럭시S10 지문인식 오작동 논란

삼성전자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는 ‘업계 최초’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완제품이든, 부품이든, 발 빠른 신기술 도입으로 시장 1위를 지켜온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신기술을 도입하며 시장 고지를 차지해왔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 도입한 신기술은 곧 ‘혁신’이란 마케팅 소구로 이어졌다. 특히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혁신’ 마케팅의 총체였다.

그래서 이번 스마트폰 지문인식 오작동 사태는 더욱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갤럭시S10의 초음파 지문인식 오작동 논란은 해외 소비자 제보를 다룬 외신을 중심으로 불 붙기 시작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실리콘 케이스를 전면에 대고 세게 누르면 스마트폰 잠금이 해제된다는 제보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국내 IT 커뮤니티에서도 지난달부터 갤럭시S10 지문인식 보안이 뚫렸다는 경험담이 올라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온라인 게시판엔 손가락이 아닌 신체 일부는 물론, 먹던 감과 같은 과일로도 잠금이 해제되는 인증 영상이 속출했고, '갤럭시S10 분실 대비 방법'까지 공유되기도 했다. 스마트폰 지문인식이 단순히 화면 잠금해제를 넘어 모바일 뱅킹 등 주요 금융 거래의 수단으로 굳어진 탓에 사용자 불안감은 더 컸다. 모바일 보안에 민감한 카드사 등 금융업계가 갤럭시S10의 '지문인식 기능부터 끄라'는 주의사항을 공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논란이 확산되기 이전까지 어떠한 주의사항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대처가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전면커버를 사용하시는 경우 일부 커버의 돌기패턴이 지문으로 인식돼 잠금이 풀리는 오류”라며 “실리콘 커버를 사용하는 고객은 전면 커버를 제거한 후 신규로 지문을 등록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전까지 전면 커버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안내했다.

삼성전자가 공언한 ‘혁신’도 구멍이 뚫린 모양새가 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초음파 지문인식을 도입했다. 초음파식 지문인식은 2D로 지문을 인식하는 광학식과 달리 3D로 지문을 인식한다. 위변조가 까다로워 보안 성능이 더 높다고 회사 측은 평가했다. 광학식보다 부품 단가가 더 비싼 초음파식 지문인식 센서를 채용한 이유도 보안 ‘혁신’을 위해서였다. 이번 사태가 안타까움까지 자아내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두고 올 상반기 불거진 ‘갤럭시폴드’의 디스플레이 결함 논란을 거론한다. 지난 4월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는 해외 리뷰어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결함이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출시가 지연됐다. 설계 보완 작업은 5개월이나 걸렸다. 제품의 '혁신'에만 속도를 내느라 제품 완성도를 잡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지는 상황이 됐다. 구멍난 혁신 사이에선 실망감이 비집고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 내로 소프트웨어 패치를 단행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올해만 두 차례 겪은 제품 결함 논란을 넘어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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