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책임 넘긴 고씨 “전 남편의 무리한 성적 요구가 단초”
300여명 시민·취재진 몰려 격앙된 반응···호송차 타면서 곤욕 치러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씨가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과정에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곤욕도 치렀다.

고씨는 12일 오전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했다. 앞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지만, 이날 정식 재판에는 출석 의무가 있어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 송치 이후 2개월 만에 드러낸 첫 모습이었다.

고씨는 연두색 죄수복을 입었으며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고씨는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등을 묻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재판장의 지적을 받고서야 목소리를 키웠다.

고씨는 살인 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며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설거지를 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고,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며 전 남편의 변태 성욕으로 인해 고유정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씨는 졸피뎀이 섞인 밥을 먹지도 않았다”라며 “평소 부부관계에서 문제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방청객들은 고씨 측 주장에 “추잡스럽다” “말도 안 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재판은 1시간 20분여만에 끝이 났다.

고씨가 머리채를 잡힌 곳은 호송차 앞이었다. 법원 바로 옆 제주지방검찰청 후문 주차장에 세워진 호송차에 고씨가 타려 할 때 분노한 한 시민이 고씨에게 달려들었다. 이 시민은 고씨의 머리채를 잡아챘고, 순식간에 시민들이 몰렸다.

교도소 관계자가 제지했고, 고씨는 겨우 호송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시민들은 “살인마” “고개를 들어라”고 연신 외쳤다. 일부는 호송차를 가로막고 창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고유정의 재판에는 이른 오전부터 방청권을 배부 받으려는 시민과 취재진 등 300여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인원 초과로 재판을 방청하지 못한 시민들도 상당했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9월 2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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