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계열사 전환배치, 과장급 이상 순환휴직 도입에도 ‘고정비’ 부담···자회사發 ‘재무악화’ 정부發 ‘탈원전’ 이중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경영정상화를 위해 직원들과 뼈를 깎는 고통을 나누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올 하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중심으로 급여를 낮추고, 2개월 단위로 유급순환휴직 및 직원들의 계열사 전환배치 등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당시 두산중공업 안팎에서는 “희망퇴직만은 피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었다.

14일 익명을 요구한 두산그룹 관계자는 “일련의 노력들은 이른바 고정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기대보다 효과가 낮았고 자연히 희망퇴직에 대한 논의가 뒤따랐다”며 “실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마무리 돼 하반기 중 공고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시사저널e에 알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위적인 인원감축을 막기 위해 유급순환휴직을 도입하고 사내 엔지니어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 작년 말 직무연관성 등을 따져 250여명의 직원들을 타 계열사로 전출시키는 등 자구노력을 실시 중이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이 같은 관측이 왜 제기된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익명소통 앱 블라인드를 통해 오해의 소지가 많은 이야기들이 와전돼 마치 사실인 냥 둔갑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언급은 블라인드를 통해 희망퇴직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논의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블라인드는 회원가입 과정에서 회사 이메일 계정을 통해 개인인증이 이뤄진다. 두산그룹 소속이 확인 된 후에 그룹사 혹은 두산중공업 게시판 접근이 가능하다. 한 두산중공업 재직자는 실제 게시판 내에서 “희망퇴직이 실시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소개하며 “직원들 사이에선 시기를 특정할 순 없지만 희망퇴직을 밟게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짙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과장급 이상의 부재가 이어지면서 자연히 사원·대리급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과장급 이상들도 순환휴직 등에 따른 불안정성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며 “회사 사정이 어렵다보니 이직을 준비하면서 위로금 등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희망퇴직을 내심 기다린다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두산중공업 전체 종사자는 총 7294명이다. 연간 수령하는 1인 평균 급여액은 6800만원이다. 최근 수년 새 줄곧 감소세를 나타냈다. 5년 전인 2014년의 경우 △전체근로자 8178명 △연봉 6900만원 등을 나타낸 바 있다. 고소득 고위직의 비중이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일반 직원들의 체감은 더욱 클 것이란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30여명의 임원을 감축했다. 앞선 2017년에도 임원의 30%가량을 축소했다. 지난해 3월에는 실적감소를 이유로 10년 간 회사를 이끌었던 정지택 부회장이 물러났으며, 그 해 12월에는 김명우 사장 역시 경영악화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현재는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과 재무관리부문장 최형희 부사장, 관리부문장 정연인 부사장 등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이루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부진 배경으로는 두산건설 등 자회사들의 재무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6년 제네럴일렉트릭(GE)에 매각된 ‘알짜사업부’ 배열회수보일러사업부(HRSG)를 2013년 두산건설에 넘긴 것도 두산중공업이었다. 이 외에도 자회사를 위한 갖은 재무적 부담을 짊어졌다. 현 정부 접어들면서 탈원전정책을 내세우면서 수익구조마저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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