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래 성장동력 보다 일자리 창출·성과 도출 '급급'
제조업 등 주력 산업 위주로 방향 바뀌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내년부터 인공지능(AI) 관련 사업과 예산이 확 줄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AI 대신 제조업 등에 무게를 실으면서 AI가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바이오·미래형 자동차 등 3대 분야를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했다. 중점육성 산업에서 AI가 빠지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등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자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정책에 크게 집중되는 분위기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도 지난 24일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기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주요 대기업 총수 등이 참석한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행사 종료 직후 일부 기업인과 산책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우리 반도체 비메모리 쪽 진출은 어떻느냐”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 중점 육성 산업도 3가지로 추려지게 됐다.

이들 3가지 산업의 특징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거나 그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다. 다시 말해 이미 잘하고 있고, 잘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다. 위험성이 그만큼 낮은 분야여서 성과를 내기도 쉽다. 제조업 특성상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반면 AI는 원천 기술인데다 기술 하나만으로는 성과를 내거나 일자리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3가지 축을 새롭게 뽑으면서 4차 산업혁명에서 빅데이터와 AI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며 “빅데이터와 AI는 사실 소금 같은 존재다. 자체로 산업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반 기술로 역할을 한다. 공장이나 로봇 등에 사용될 수 있지만 단독 산업은 안 될 것으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3대 분야는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AI는 다르다. 사실 AI는 성과를 내려고 하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도 한다”며 “우리 산업 환경에 맞고 잘 할 수 있는 쪽으로 AI가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를 빼놓고는 다른 분야도 발전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장준혁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데 이를 후순위로 본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남은 AI 사업들은 AI 원천 기술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도와주는 정도의 응용 연구‧개발 지원사업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연구원도 “4차 산업혁명의 대부분 산업이 인공지능과 연결돼 있다. 인공지능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제조업에서 인공지능을 결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추세”라며 “원천기술을 포기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응용력에서도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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