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치료제 '졸레어'···식품 알레르기약 美 FDA 승인
기허가 약품, 다른 치료제로도 승인 사례 등장 관심↑
비아그라, 알츠하이머···GLP-1은 지방간염 연구 활발

./사진=셔터스톡,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사진=셔터스톡,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천식 치료제가 식품 알레르기 약으로 거듭났다. 당뇨병 약에서 비만 치료제로 탈바꿈하며 돌풍을 일으킨 GLP-1 계열 약물을 알츠하이머, 지방간염(MASH) 등의 신약으로 개발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기존 약이 다른 치료제로 추가 승인받는 사례가 지속해서 등장할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승인된 약물이 다른 병 치료제로도 허가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가 다른 적응증 약으로도 승인되는 사례다. 일례로 최근 천식 치료제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는 식품 알레르기 약으로도 허가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졸레어를 하나 하나 이상의 면역글로불린E(IgE) 매개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1세 이상 소아 및 성인을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의약품으로 승인했다. 임상시험 결과 식품 알레르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의대 소아과 전문의 로버트 우드 교수 연구팀이 땅콩 등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 청소년 177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한 결과, 주사용 항체 오말리주맙이 혈액 속과 면역세포에 있는 알레르기 유발 분자인 면역 글로불린 E(IgE)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77명의 실험군에 16주에서 20주에 걸쳐 졸레어 주사 또는 위약을 투여했다. 졸레어를 투여받은 참가자 중 67%는 땅콩 알레르기 반응이 개선됐다. 위약을 투여받은 그룹에서는 7%만이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캐슈넛, 달걀, 우유 등 다른 식품에서도 졸레어 투여군은 알레르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졸레어는 오말리주맙 성분의 단일클론항체 약물로, 2003년 FDA로부터 천식 치료제로 첫 번째 승인을 받았다. 업계는 졸레어의 식품 알레르기 완화 효과가 관련 환자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가 다른 병 신약으로 추가 승인받는 사례가 또 등장할지도 주목된다. 최근엔 비아그라같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관련 신약으로 개발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루스 브라우어 교수 연구팀은 비아그라 등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5(PDE5) 억제제 계열 발기부전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8일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발기부전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복용한 남성 26만 9725명의 의료 기록을 평균 5년간 추적 관찰했다. 관찰 이전에 알츠하이머나 인지 저하 진단을 받은 사람은 포함하지 않았다. 연구 기간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것은 총 1119명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팀이 나이·흡연 여부·음주량 등 변수를 반영해 조정한 결과 PDE5 억제제를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18% 낮았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PDE5 억제제가 알츠하이머를 직접적으로 예방했다는 증거는 아니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PDE5 억제제의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와 같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대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과가 뇌 혈류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BBC는 “비아그라는 음경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비아그라가 뇌 혈류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비만 치료제로 돌풍을 일으킨 GLP-1 계열 약물을 알츠하이머, 지방간염(MASH) 등으로 개발하려는 추가 연구도 진행 중이다. 

GLP-1은 혈당이 떨어지면 췌장이 인슐린 분비를 늘리도록 하는 호르몬으로,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쓰였다. 하지만 식욕 조절 효과로 체중 감소에 효과를 보이며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엔 GLP-1 약물의 항염증 효과가 동물 실험에서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GLP-1 약물은 지방간염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의료 전문지 스탯(STAT)은 지난 27일 미국에서 개발 중이거나 시판 중인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103개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23개가 지방간염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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