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는 높은데 판매단가는 낮아져"
"검사대상 확대·新 서비스 제공"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내 바이오 기업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치열한 경쟁과 판매 단가 인하 등으로 NGS 기반 서비스 이익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NGS 기반 국내 기업이 수익 다각화 방안을 추진한다.

NGS란 하나의 유전체(유전자+염색체)를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나눈 뒤 각각의 염기서열을 조합해 유전체를 해독하는 기술이다. 기존 직접염기서열분석법(direct sequencing)은 분석하고자 하는 타깃이 n개라면 n번의 검사가 필요했다. 염기서열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 한번에 수십~수백개 유전자를 처리해 비용 줄여

NGS는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유전자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해 한 번에 처리함으로써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였다. NGS 기술 개발로 30억쌍의 염기로 이뤄진 인간 한 사람의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3년에서 3일로 단축됐다. 비용 역시 30억달러에서 1000달러 수준까지 줄었다. 

NGS는 개인 유전체 분석부터 질병 진단, 신약개발에 이르끼가지 다양한 영역에 활용된다. 돌연변이를 감지할 수 있단 점에서 환자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 또, 특정 유전체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기전을 이해할 수 있는 등 의약품 개발 과정에도 쓰인다. 

글로벌 NGS 시장은 연평균 20.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NGS 서비스 시장은 2020년 19억6500만달러(2조1661억원)에서 2027년 72억4600만달러(7조9885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국내에도 NGS 기업이 등장했다. 유전체 분석 및 빅데이터 국내 기업으로는 EDGC, 마크로젠, 디엔에이링크 등이다. 

◇"꾸준한 매출에도 이익률 낮아···새 비즈니스 모델 찾아야"

국내 NGS 기업에 수익성 개선은 숙제다. NGS를 분석하려면 장비가 필요한데소수 해외기업이 독과점한 형태다. 미국 일루미나 장비가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NGS 이익률이 높지 않다”며 “장비값은 비싸지는데 유전체 분석 기업은 늘어나며 건당 가격은 떨어지는 상황으로, 국내 기업은 매출이 크더라도 이익률이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검사 비용의 하락, 치열한 경쟁 등으로 NGS 기업의 이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 폐암외 질환 NGS 검사 본인부담률이 80%로 상향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 NGS 검사 비용은 200만원 수준인데, 본인부담률 상향에 따라 100만원에서 160만원까지 본인부담금이 증가할 전망이다.  

그 결과 NGS 기반 유전체 분석 기업은 꾸준한 매출 발생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 EDGC는 매출 736억원, 영업이익은 7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마크로젠은 같은 기간 958억원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20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디엔에이링크는 동기 131억원의 매출액과 47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보였다.  

EDGC 관계자는 “유전체 데이터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증가에 따라 원가구조가 악화되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DGC "노화 측정 등 신규 서비스 확대"·마크로젠 "단백체 분석"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NGS 분석 비용이 너무 저렴해졌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NGS 데이터를 갖고 신약개발에 나서거나, 디지털헬스케어나 앱 개발 등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DGC와 마크로젠은 수익성 확대에 나선다. EDGC는 유전체 검사 서비스를 확대한다.

EDGC 관계자는 “기존 산전진단과 신생아 유전체 위주의 검사에서 소비자 유전체 검사까지 확장하고 있다”며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도 확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성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암,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성인성 질환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정밀의료 검사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맞춤건강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생체나이 및 노화를 측정하는 에피클락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개인 맞춤형 클리닉을 제공하는 역노화(Reverse Aging) 프리미엄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마크로젠은 단백체(Proteome) 분석 서비스로 분야를 확대 중이다. 단백체 분석 서비스는 전세계 다양한 연구에서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발굴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부터 표적해야 하는 단백질까지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는 추세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NGS 수익 다각화를 위해 단백체 분석 등 추후 임상시험에 연결할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 중”이라며 “수익성과 마진율이 높은 만큼, 해당 서비스 사업을 내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 1000만명의 DNA 샘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유전자 분석업체인 23앤드미(23andME)도 수익 창출 방법을 모색 중이다. 23앤드미는 2006년 설립된 회사로, 진단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암·당뇨·파킨슨병 발병 위험 등을 알려주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약 700만 명의 데이터가 유출되며 소송에 휘말렸다. 글로벌 테크 전문지인 와이어드(Wired)는 23앤드미가 현재 주당 1달러 이하로 계속 거래되는 등 주가 부진을 겪으며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될 위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23앤드미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4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6700만달러) 대비 33% 감소했다. 해당 분기 순손실은 2억7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9200만달러 보다 크게 줄었다. GSK와의 5년 독점 계약 종료, 유전자 검사 키트 판매 감소, 연구 수익 감소 등이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23앤드미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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