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순위 상위권 모두 차지
글로벌 게임 미디어 호평일색
IP 노후화 우려 완전히 뒤집어

포켓페어 ‘팰월드‘ 대표이미지. / 이미지=포켓페어
포켓페어 ‘팰월드‘ 대표이미지. / 이미지=포켓페어

[시사저널e=박금재 기자] 연초 일본 게임의 기세가 무섭다. 인디게임부터 대형게임사까지 흥행작이 쏟아졌다. 일본 게임은 작품성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으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위기다.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 속에 글로벌 공략을 표방한 게임들이 국내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일본 인디게임 ‘팰월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팔월드’는 동시접속자 수 전날 기준 200만명을 기록했다. 제작사인 ’포켓페어’는 직원 10명 정도의 작은 회사다.

’팰월드’는 지난 24일 기준 판매량 700만장을 돌파했다. 판매 금액은 2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소규모 게임사가 거둔 성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팔월드’가 얼리액세스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식 출시 이후에는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용과같이8’ 시리즈 중 역대 최고 평점

’팰월드’는 닌텐도 ’포켓몬스터’를 연상시켜 표절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게이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포켓몬스터’와 비교해 게임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부 유저들은 흥행이 보장된 IP인 ’포켓몬스터’를 갖고도 닌텐도가 지금까지 ’팔월드’ 같은 게임을 내놓지 못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세가 ’용과 같이8’ 역시 글로벌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이날 출시되는 ’용과 같이8’은 출시 전 공개된 각종 미디어의 평가에서 시리즈 역대 최고 평점을 받았다. 플레이스테이션5 기준 메타크리틱 90점을 받았는데 글로벌 게임 전문 미디어들은 게임성과 스토리를 놓고 극찬했다.

IGN은 "방대하고 흥미진진하며 역동적인 난투로 가득하다"면서 "최고의 턴제 게임일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용과 같이8‘ 대표이미지. / 이미지=세가퍼블리싱코리아
‘용과 같이8‘ 대표이미지. / 이미지=세가퍼블리싱코리아

’용과 같이’ IP의 브랜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벌써 8번째 버전이란 점을 고려하면 IP가 노후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했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게임업계는 이번 신작 덕분에 후속작 개발에도 탄력이 붙으며 ’용과 같이’가 ’파이널 판타지’와 같이 장수 시리즈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용과 같이8’이 호평을 받은 배경에는 80시간이 넘는 플레이타임을 기록할 정도로 콘텐츠가 풍부하고 시리즈 특유의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다양성에 있다. 게임의 개발을 맡은 용과같이스튜디오의 사카모토 히로유키 치프 프로듀서는 "엔딩까지 대략 80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까지 발매된 용과 같이 시리즈 중 가장 긴 것"이라면서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최대한 만들고자 한 것을 모두 넣었다"고 말했다.

‘철권8‘ 대표이미지. / 이미지=반다이남코
‘철권8‘ 대표이미지. / 이미지=반다이남코

마이너한 장르로 분류됐던 격투 게임 시장에서 ’철권8’은 미국 비평 사이트 메타 크리틱과 오픈 크리틱에서 평균 90점을 기록하며 최근 출시된 격투 게임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냈다. 

격투 게임이 그동안 마이너한 장르로 꼽혔던 이유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초심자가 배우기에 어렵고 오랫동안 게임을 해온 유저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철권8’은 초심자들을 위한 리플레이 기능, 다양한 싱글 콘텐츠를 마련해 큰 스트레스 없이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철권’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스토리 역시 진일보했다. 초기 등장할 32명의 캐릭터가 각각의 서사를 가지고 있어 굳이 온라인 대전에 열중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싱글 플레이만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권8’의 출시와 함께 격투 게임의 하락세가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 판매량을 살펴보면 ’철권8’은 26일 기준 스팀 최고 인기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주 대비 5계단 상승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이용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한다면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스팀 최고 인기 순위를 살펴보면 ’팰월드’, ’철권8’, ’용과 같이8’이 나란히 1위부터 3위까지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명실공히 일본 게임 전성시대가 열린 모양새다. 향후에도 ’주술회전 전화향명’, ’페르소나3 리로드’ 등 굵직한 게임들의 출시가 예정돼 있어 일본 게임의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국내 게업업게 흥행 가뭄 속 실적 부진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일본 게임의 입지가 단단해지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 ‘TL‘ 등 대작이 흥행 부진을 겪으며 일본 게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실적은 70% 이상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넷마블은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야심차게 ‘창세기전‘의 부활을 노린 라인게임즈도 지난 2018년 이후 연속 적자다.

게임업계는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대부분 수익성에 치중해 양산형 MMORPG만을 쏟아낸 일이 우리나라와 일본 게임업계 사이의 격차를 벌렸다고 바라보고 있다. 최근 출시된 우리나라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MMORPG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네오위즈 ‘P의 거짓‘,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와 같은 게임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데 성공하면서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두 게임은 장르와 IP 측면에서 차별화하며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과거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붐‘을 일으켰던 일이 올해 시프트업과 넥슨의 손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일본 게임들이 글로벌 흥행을 이뤄내며 일본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 게임사들도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게임 개발에 나서야만 일본 게임업계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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