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경보제약 대표, 6년간 맥시제식과 사업다각화 성과···검찰 리베이트 수사는 변수
김영주 종근당 대표, 9년간 경영하며 매출 1조 돌파 성과···케이캡 판매 종료는 아쉬움 남아
곽달원 HK이노엔 대표 연임 확정, 보령과 협업 인정···3년간 1조 돌파와 ‘제2 케이캡’ 개발 등 과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종근당 그룹의 전문경영인인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와 김영주 종근당 대표(나이순)가 임기만료를 앞두고 거취가 주목된다. 반면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연임이 확정됐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국내 제약사 대표급 전문경영인은 20여명으로 집계된다. 이중 최근 사임한 안재만 국제약품 대표 외 일부 경영인은 물러날 가능성이 관측된다. 실제 부광약품 등 몇몇 제약사는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문경영인 중 관심이 집중되는 인사는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와 김영주 종근당 대표, 곽달원 HK이노엔 대표 등이 꼽힌다.

왼쪽부터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 김영주 종근당 대표, 곽달원 HK이노엔 대표. / 사진=각 제약사
왼쪽부터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 김영주 종근당 대표, 곽달원 HK이노엔 대표. / 사진=각 제약사

지난해 말 이후 대형품목 공급권을 확보했거나 상실하는 등 경영 호재와 악재를 경험했고 리베이트 조사를 받는 등 이슈 중심에 서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통상 제약업계가 보수적 경향이 강해 기존 대표 유임 가능성이 높았다”며 “하지만 약계 경기 불황으로 인해 경영실적 중시 흐름이 강해진 것이 최근 트렌드이며 일부 업체의 경우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전했다.  

우선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오는 3월 26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1958년생 김 대표는 성대 통계학과에 이어 서울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종근당에 입사, 종근당바이오와 경보제약, CKD창업투자 등 그룹 계열사에서 재무와 기획, 재경, 관리총괄 등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CKD창업투자 대표를 역임한 후 2018년부터 경보제약 대표를 맡고 있다. 2021년 3월부터는 그룹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연임되면 3번째 경보제약 대표를 맡는 것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경보제약 매출은 그의 취임 첫해 2018년 2013억원에서 2022년 1963억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김 대표 경영기간 다소 등락이 있었지만 2023년 3분기 누적 1551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2000억원대 복귀 가능성이 예고된다. 김 대표는 원료의약품 업체인 경보제약을 책임지며 완제의약품 사업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비마약성 진통복합주사제 ‘맥시제식주’ 매출이 지난해 3분기 누적 77억원을 기록하는 등 완제약 사업 비중이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가 주도한 사업다각화도 동물사업과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단계로 파악된다.   

반면 검찰의 경보제약 대상 리베이트 수사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서부지방검 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병원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지난달 경보제약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 경보제약 수도권 소재 분사무소에 대한 압색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김 대표에 대한 이장한 종근당 회장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맥시제식주 매출도 늘고 있고 사업다각화도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검찰 수사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종근당 그룹은 김태영 대표와 김영주 종근당 대표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두 대표 거취는) 이사회가 결정하고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은 BMS와 릴리, 노바티스, 머크세로노 등 주로 다국적 제약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전문가다. 그가 지난 2015년 3월 종근당에 영입된 것은 2007년 머크 부서장을 맡은 이후 전문의약품 사업을 큰 폭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가 작용한 때문으로 파악된다. 1964년생 김 대표는 미국 롱아일랜드대학원에서 면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만약 이번에 연임되면 임기 3년 대표직을 네 번째 수행하게 된다. 취임 첫해인 2015년 5925억원 매출을 2022년 1조 4883억원으로 성장시킨 김 대표는 두루 능력을 인정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와 ‘CKD-510’의 13억 500만 달러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우수한 성과로 꼽힌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지난해 말 확정된 HK이노엔 ‘케이캡’의 공동판매 재계약 실패가 이번 거취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최근 업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김 대표는 훌륭한 제약업계 경영자”라며 “종근당은 대외적으로 케이캡 판매 종료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연간 1500억원대 처방 규모여서 김 대표 거취를 포함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보령과 ‘카나브’ 시리즈 4개 품목 판매를 개시한 곽달원 HK이노엔 대표이사 사장은 연임이 결정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HK이노엔 관계자는 “곽 대표 연임이 확정됐다”고 확인했다. 지난 2022년 1월 HK이노엔 대표에 취임한 그는 당초 오는 4월 17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향후 임기는 3년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곽 대표)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은 몰랐다”며 “지난해 말 보령과 카나브 공동판매를 결정한 곽 대표가 능력을 인정 받은 결과”라고 언급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1960년생 곽 대표는 경복고와 성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1986년 삼성그룹에 입사,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에서 활동했다. 이후 CJ헬스케어 의약영업 총괄상무와 제약사업부문 총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CJ헬스케어가 한국콜마에 인수돼 HK이노엔으로 출범한 뒤에는 부사장을 유지하다 대표를 맡았다. 곽 대표는 취임 첫해 2022년 8465억원에 이어 2023년 3분기 누적 604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올해는 카나브 공동판매를 전제로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누적 1432억원 처방액을 기록한 케이캡을 중심으로 매출 증대에 주력해왔다. 올해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케이캡 해외 수출 확대를 본격 시행하고 ‘제2의 케이캡’ 개발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HK이노엔이 일치감치 곽 대표 연임을 결정한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종근당 그룹이 두 대표 거취를 결정하는 기준에는 향후 실적 전망도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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