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공장 가동 초기 수율 70~80%···1년 안에 안정화 단계 돌입
미국 거점 경험치로 유럽·아시아 생산라인 빠른 수율 개선 목표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모습. / 사진=SK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모습. /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온의 미국 등 글로벌 생산거점 수율(완성된 양품 비율, 불량률의 반대 개념)이 연이어 90%를 넘어서고 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와 비교해 낮은 수율로 적자지속 등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배터리 수율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며 흑자전환도 조만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SK온의 미국 생산라인인 조지아 공장은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70~80% 수율을 보였다. 배터리 완성품 10개 중 2~3개는 판매하지 못했던 것이다.

성능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 배터리는 원인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다. 생산공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엔 배터리를 분해해 다시 원재료로 활용한다. 후처리 과정 등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이 부분을 수정하는 추가 작업을 거쳐 양품으로 다시 제작한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배터리가 그대로 폐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품 생산에 성공했을 때보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수익성을 저하시킨다.

그랬던 SK온이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지 1년여 만에 수율 90% 이상을 달성했다. 일반적으로 가동 초기부터 90% 돌파까지는 2~3년이 소요되는데, 우수인력 채용과 공격적 투자 등으로 안정화 시기를 앞당기는데 성공한 것이다.

수율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해외 거점의 초기 가동 과정에서 SK온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2년 미국, 삼성SDI는 2015년 중국에 공장을 짓고, 가동을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SK온처럼 낮은 수율로 애를 먹었는데 2~3년이란 시간을 들여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바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SK온은 1년여 만에 90%를 넘겨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시장에선 현재는 퇴임했지만 진교원 전 SK온 사장이 수율 안정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SK온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수율 개선에 깊숙이 관여했다. 제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만큼 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임무를 달성한 후 COO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기 인사에서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가 SK온의 신규 대표로 선임됐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현재 90%의 수율을 95%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인재 채용과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수율은 70~80%에서 90%로 만드는 것보다 90%에서 95%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욱 어렵다”며 “90%까지는 통상 2~3년이 걸리지만, 95%로 상승시키는데 3~5년이 걸린다”고 귀띔했다.

SK온은 90% 돌파에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 걸렸던 경험치를 살려 95% 달성은 2년 안에 끝내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익힌 수율 노하우를 기반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의 신규 거점에서도 빠른 수율 개선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SK온의 올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생산능력은 연산 89GWh(기가와트시)다. 신규 거점 가동 및 수율 안정화를 토해 2025년에는 280GWh, 2030년에는 500GWh로 확대할 방침이다.

SK온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시기에는 탄탄 연구개발 역량에 기반한 기술력으로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빠른 시간 안에 수율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만큼 더욱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 연구 인력 및 자금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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