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증권 CEO, 내부출신 선임···통합작업 마무리
지주 부회장직 유지는 결정 못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김성현 KB증권 투자금융(IB)부문 각자대표, 이홍구 KB증권 자산관리(WM)부문 각자대표 내정자,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내정자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이번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어느 때보다 ‘전문성’이 강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합병(M&A)으로 그룹에 편입된 핵심 그룹사인 증권, 손해보험에 은행 출신이 아닌 내부 인물을 대표로 맡겼기 때문이다. 그간 진행했던 그룹 통합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계열사들에 'KB DNA'를 심는 일이 완료된 만큼 KB금융의 비은행 사업은 향후 '성장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주 부회장직 유지 여부는 이번 인사에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KB손보, 8년 만에 내부 출신 CEO···증권 WM부문 대표도 현대證 출신 임명

KB금융지주는 14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개최하고 KB손보 대표에 구본욱 KB손보 리스크관리본부 전무를 임명했다.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은행 출신 인물이 아닌 조직 내부 인물이 회사 지휘봉을 잡게 됐다. 구 내정자는 이달 중 해당 계열사의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 및 추천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KB손보의 전신인 LIG손해보험이 2015년 KB금융에 편입된 직후 초대 사장직은 당시 LIG 대표였던 김병헌이 맡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1년 정도만 임기를 지냈고 2016년부터 올해까지 양종희 현 KB금융지주 회장, 김기환 현 KB손보 대표 등 은행 출신 인물이 줄곧 KB손보를 이끌었다. 

구 내정자는 1967년생으로 1994년 LG그룹 공채로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경리부 수납팀에서 회계와 재무업무의 기초를 다졌다. LG그룹에서 분할된 LIG손보 시절에는 전략부장을 역임하며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재무·전략 부문 모두 전문성을 쌓은 그는 2015년 KB손보로 사명이 바뀌면서 경영관리부장을 맡았다. 이듬해에는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첫 임원직에 올랐으며 경영관리부문장 전무, 리스크관리본부장 전무를 지냈다. 

더불어 KB금융은 증권 계열사 CEO도 조직 내부 인물에게 맡겼다. 자산관리(WM) 각자대표 자리에 이홍구 KB증권 WM영업총괄본부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내정자는 KB증권의 전신인 현대증권 출신이다. 현대증권은 2017년 KB금융에 편입된 이후 KB투자증권과 합병돼 KB증권으로 거듭났다. 이와 함께 김성현 KB증권 투자금융(IB)부문 각자대표에게는 1년 더 임기를 부여했다. 이로써 KB증권의 각자대표는 모두 '증권맨'이 담당하게 됐다. 올해까지는 WM부문 대표 자리엔 은행 출신인 박정림이 맡았다. 

이 내정자는 현대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목동PB센터장과 WM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KB증권이 탄생한 이후에는 PB고객본부장, 강남지역본부장, WM총괄본부장을 거쳐 부사장까지 올랐다. 조직 내에서 손에 꼽히는 WM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이와 함께 김 대표도 대신증권에 입사에 K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임원에 오르는 등 35년 동안 증권업계에 몸 담은 인물이다. 연임으로 6년 간 KB증권 IB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비로소 비은행 계열사 CEO 인사에 ‘전문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그간 M&A로 그룹 핵심 계열사로 편입된 KB증권과 손보에 은행 출신 인물을 CEO로 선임한 이유는 그룹 통합작업 때문이다. KB는 은행 기반의 금융지주인 만큼 손보와 증권으로 하여금 그룹 경영 전략 및 인사 체계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선 은행 출신 인사가 수장 역할을 맡아야 했다. 또 각 계열사의 업무를 깊이 파악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다 이제 두 계열사에 ‘KB 정체성’이 확립됐다고 판단하고 각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에게 수장 자리를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KB금융의 비은행 사업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굵직한 비은행 계열사의 조직이 안정화된 만큼 향후 성장 전략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핵심 이유는 비은행 부문에서 다른 금융지주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향후 KB라이프생명까지 통합작업이 완료된다면 KB금융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 지적 받을라···부회장직 유지 ‘고민’

다만 KB금융은 아직 지주 부회장 자리를 유지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앞서 부회장직이 유지된다면 김기환 현 KB손보 대표가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KB는 부회장직 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 2021년 연말 계열사 CEO 인사 당시 부회장직을 신설한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KB를 포함 국내 금융지주는 부회장직 자리를 두고 고민이 크다. 금융당국이 부회장의 존재로 인해 경영승계 과정이 내부 인물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부회장제도를 운영하는 금융지주가 있다. 과거 특정 회장이 사실상 셀프연임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진일보된 형태"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회장제가 폐쇄적으로 운영돼서 내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특히 KB금융은 최근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휘말린 상황이다. 당국의 지적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KB가 부회장 자리를 없애 문제될 소지를 아예 제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 연말에 지주 임원 인사가 남아있기에 부회장직 유지 여부는 그때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계열사 인사로 내부 인재 중심의 선순환 경영승계 구조를 정착하고 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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