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생명, 3Q 누적 순익 8배↑···새 제도 대비 '결실'
하이투자증권, 믿었던 트레이딩 실적' 삐끗'

대구 옥산로 DGB금융지주 사옥 /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금융지주가 생명 계열사 호실적의 영향으로 올해 순익이 크게 늘었다. DGB생명은 그간 새 회계제도(IFRS17) 준비에 집중한 결과가 올해부터 나오면서 ‘효자 계열사’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반면 비은행 계열사의 ‘형님’ 역할을 하던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크게 부진하면서 그룹 내 ‘걱정거리’로 굳어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연결 기준)은 42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43억원)과 비교해 7.7% 늘었다.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JB금융지주는 1.1% 증가했고, BNK금융지주는 9.7% 감소했다. 

올해 실적 성장의 핵심 요인은 DGB생명의 ‘깜짝 반전’ 때문이다. DGB생명은 올해 FRS17이 도입되면서 실적이 크게 늘었다. 올 3분기 순익은 55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69억원) 대비 여덟 배 넘게 늘었다. 작년 실적에 IFRS17을 적용한 수치와 비교해도 세 배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DGB생명이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두는 곳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DGB생명은 그룹 내 ‘천덕꾸러기’였다. 이익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자본건전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주가 DGB생명을 살리기 위해 급하게 대규모 자금을 내려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는 순익이 크게 늘어난 동시에 자본건전성도 개선됐다. 지난 6월 말 DGB생명의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50.47%를 기록했다. 일부 제도 도입을 유예해주는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아도 당국의 권고치(150%)를 넘은 것이다.  

DGB생명은 IFRS17에 대비해 그간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DGB생명은 금리에 따른 보험부채 변동으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액연금보험 판매 확대에 주력했다. 동시에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려 보험계약이익(CSM) 성장을 꿰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DGB생명은 올해 4월 변액보험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또 올해 9월 말 기준 CSM은 7942억원을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자료=DGB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과거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던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부진을 이어갔다. 3분기 누적 순익은 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했다. 3분기 순익 자체는 7억원으로 순손실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의 부실 위험으로 대손충당금이 불어나 순익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당분간 실적 반전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간 하이투자증권의 실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 사업은 부동산 PF 이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2021년에 전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노출액(익스포저)이 120%를 넘길 정도로 PF 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PF 자산 중 부실화된 규모가 커지면서 더 이상 PF 사업 ‘쏠림 구조’로 돈을 벌 수 없게 됐다. 이에 올해 하이투자증권은 PF 사업 규모를 줄이고 트레이딩 부문을 강화해 이익을 내려 했다.  

그러나 올 3분기 믿었던 상품운용(트레이딩) 부문에서 1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직전 분기 대비 100% 넘게 줄어든 성적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9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거둬 전체 사업 부문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지만, 상황이 변했다. 특히 손익 변동성이 크단 점이 문제란 지적이다.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 소속 증권사 가운데 3분기의 트레이딩 실적은 하이투자증권이 가장 많이 줄었다. PF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위험성이 큰 자산 비중을 늘린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중형급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은 트레이딩 사업 외엔 다른 부분에서 이익을 거두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들처럼 위탁수수료(브로커리지) 이익을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다. 브로커리지 이익을 늘리려면 홈트레이딩(HT)·모바일트레이딩(MT) 등 디지털화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의 자금력이 부족하단 것이 업계의 평가다.  

DGB금융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계열사 실적 역시 선방했다”라며 “하이투자증권은 PF 사업 침체 여파로 부진했으나 생명과 캐피탈의 양호한 실적이 이를 만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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