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국내 판매 벤츠 6244대, BMW 5490대
충전 인프라 확충 통한 편의 강화 통해 고객 확보 본격 나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전기 SUV 더 뉴 EQE SUV.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전기 SUV 더 뉴 EQE SUV.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최근 국내 수입 순수전기차(이하 전기차) 시장에서 치르는 경쟁의 불꽃이 충전 인프라 분야로 옮겨 붙었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9월 브랜드별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벤츠 6244대, BMW 5490대로 각각 집계됐다.

양사의 내연기관차 포함 전체 완성차 판매대수 중 전기차 비중은 올해 벤츠 11.5%, BMW 9.7%로 지난 2021년 1.8%, 0.6% 이후 급상승했다. 양사는 전기차에 관심 많은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해 신차를 적극 출시한 후 상품성을 인정받아 실적을 늘려왔다.

양사의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 점유율(KAIDA 회원사 기준)은 지난 1~9월 누적 63.7%로 지난해 연간(42.6%) 대비 21.1%포인트나 올랐다. 앞서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구축해온 입지가 전기차 시장에 이어지는 모양새다.

◇BMW가 글로벌 판매 우위, 한국선 벤츠가 앞서

두 유력 업체의 전기차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확산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한편, 정부가 차량 구매보조금과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에 드는 예산을 매년 늘리는 등 시장 성장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양사는 국내 우호적 여건들을 십분 활용해 판매실적을 늘리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한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들어 9개월간 양사의 글로벌 대비 국내 전기차 판매실적 비중은 2~3%대로 전체 완성차 판매 비중과 동등한 수준이다. 이는 기업별 국내 전기차 판매실적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로, 양사가 한국 공략에 공들이는 배경으로 읽힌다.

벤츠와 BMW가 한국에서 세계 실적과 대조되는 판매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선의의 경쟁’을 부추긴다는 관측이다. 지난 1~9월 BMW(미니 포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실적은 24만6867대로 벤츠 17만4500대보다 7만2367대(41.5%) 많다. i4, iX3, iX1 등 모델이 중국와 유럽 같은 거대 전기차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며 벤츠를 앞질렀다. 세계 전체 실적과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한국에서 시장 주도권을 얻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BMW코리아의 전기차 판매실적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BMW 진출국 중 한국이 새롭게 돋보이는 상황”이라며 “BMW는 그간 한국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단행해온 투자를 전기차 분야에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BMW의 준대형 전기 세단 i5.  / 사진=BMW
BMW의 준대형 전기 세단 i5. / 사진=BMW

◇인프라 확충 통한 전략으로 경쟁 이어가 

두 업체는 향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신차를 내놓을 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 승부수를 띄울 방침이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사유로 꼽는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며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BMW가 현재 충전 인프라 분야의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BMW코리아는 지난 5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전략 ‘차징 넥스트(Charging Next)’를 발표했다. 현재 전국에 920기 운영 중인 충전기를 내년 2100기 수준으로 늘리고,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위치에는 고객 휴게시설과 차량 전시공간을 겸비한 충전소 ‘허브 차징 스테이션’도 선보일 계획이다. BMW는 신설 충전기를 공용으로 운영해 타사 고객에게도 개방하며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다져간다는 전략이다.

올레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AG 회장이 지난 8월 24일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해 브랜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유주엽 기자
올레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AG 회장이 지난 8월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해 브랜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DB

BMW에 비해 벤츠는 현재 충전기 200기를 운영 중이고 현재 충전 인프라 확충 계획을 구상 중이다. 다만 여러 장소에 완속, 급속 충전기를 구축하고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HPC)를 조성하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HPC)를 비롯해 공공, 가정 충전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의 구체적인 계획을 내부 논의 중”이라며 “완성차 시장 흐름이 전기차 분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벤츠를 비롯한 기업들이 동일하게 충전 인프라 확충을 통한 고객 편의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밖에 전기차 정비 역량을 확충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현재 벤츠(77곳)와 BMW(78곳) 모두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전기차에 관한 기본 점검, 정비를 수행 중이다. 이 중 전기차 전용 특수설비나 고전압 배터리 전문 정비사를 갖춰 고급 정비가 가능한 곳은 벤츠 75곳에 달하고, BMW는 세부 수치를 알리지 않았지만 상당수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전기차 정비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엔지니어간 정비 경연대회 등을 진행하며 역량 강화에 힘쓰는 중이다.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 설치된 BMW 차징 스테이션. / 사진=BMW코리아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 설치된 BMW 차징 스테이션. / 사진=BMW코리아

한편 양사의 전기차 인프라 확충 전략에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점수를 획득하려는 목적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전기차 A/S센터를 운영하거나(사후관리계수) 충전기를 일정 규모 이상 설치(충전인프라보조금)한 기업은 기타 조건을 충족한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적용할 수 있다.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보조금이 더 많이 주어질수록 판매실적에 유리한 구조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 같은 전기차 경쟁이 이어질수록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가 지속·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실적에 비해 고객 인프라 확충 행보가 더딘 점은 전기차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비해 글로벌 유수 업체인 벤츠, BMW가 국내 전기차 인프라 투자에 힘쓰는 것은 (고객 편의 측면에서) 고무적인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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