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 여 변호사, 7월 하순 사직 후 태평양 출근···기관 통보 최신 리베이트 정보 인지
업계, 변호사 업무 활용 가능성 우려···여 변 “헬스케어 자문, 리베이트 안 하고 규정상 불가”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까지 보건복지부에서 리베이트 업무를 진행했던 변호사 출신 사무관이 사직한 후 대형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제약업계에선 해당 변호사가 최신 정보를 활용, 제약사 리베이트를 변호할지 주목한다. 반면 변호사는 헬스케어 자문 업무를 진행 중이며 직업윤리상 리베이트 업무는 맡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3일 제약업계와 로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올 들어 이영찬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최성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정윤균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장, 식약처 출신 조민주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출신 최윤희씨, 복지부 출신 여정현 변호사 등을 단계적으로 영입했다. 대형로펌이 헬스케어팀을 운영하며 전반적인 헬스케어 관련 소송과 자문을 담당하는 관행상 고위직 출신은 물론 정부나 유관기관에서 활동했던 실무자급 전문인력을 영입, 다양한 법률서비스 제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로펌이 약사나 변호사 등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인력에 이어 능력 있는 실무자급을 영입하는 흐름은 2-3년 전부터 활발해졌다”라며 “이젠 업계의 보편적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로펌업계 움직임은 정부의 헬스케어 관련 정책이 여전히 산업 육성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서도 적지 않은 소송과 자문이 진행됐는데 비교적 규모가 크고 업계 관심이 집중됐던 사례는 ‘케이캡’ 특허분쟁의 HK이노엔 대리인으로 선임된 K로펌과 ‘GMP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휴텍스제약과 계약한 Y로펌 등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올 들어 법무법인 태평양에 영입된 전문인력 중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여정현 변호사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여 변호사는 지난 7월 21일까지 복지부 약무정책과 리베이트 담당 사무관으로 근무한 후 복지부를 사직했다. 이어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 출근했다. 변호사시험 5회 출신 여 변호사는 영남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다. 그는 법제처 법령정비과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약무정책과 근무 경력이 있어 의료와 제약분야 정책 실무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법무법인 테평양도 여 변호사를 의료인 등 행정처분 및 행정쟁송과 약사법령, 의약품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리베이트) 관련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가진 전문가로 평가했다. 핵심은 여 변호사가 두 달 여전까지 약무정책과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각 정부기관이 통보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리베이트 관련 최신 정보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기관이 통보한 정보는 담당 국장은 물론 과장도 업무량이 많아 체크하지 못할 정도인데 담당 사무관은 비교적 손 쉽게 접근이 가능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복지부가 행정고시 출신 여자 사무관을 주로 리베이트 담당 사무관으로 발령낸 것도 이같은 사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약무정책과 리베이트 담당 사무관이 다른 부서로 전보 발령됐는데 이번에는 아예 옷을 벗고 민간인이 된 사례”라며 “여 변호사 인품을 봤을 때 가능성은 낮지만 그가 알고 있는 최신 리베이트 정보를 변호사 업무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9월 한 종편 보도로 논란이 됐던 경보제약 사태 이후 최근에는 규모가 큰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진행상황은 예측이 어렵다는 제약업계 주장이다.  

반면 여 변호사측은 현재 리베이트 관련 업무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입사 이후 헬스케어팀과 GR팀에 소속돼 주로 전반적인 헬스케어 관련 자문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송도 진행할 수 있지만 현재는 담당하는 소송이 없다는 것이다. 여 변호사는 “현재 리베이트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없다”며 “로펌에서 규제컨설팅 업무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관련 규정에는 소속됐던 정부중앙부처 업무와 관련된 사건은 퇴사일로부터 1년간 수임이 제한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라며 과거 복지부 근무 업무 특히 리베이트 사건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제약업계 일각이 문제를 제기했던 여 변호사의 리베이트 관련 사건 수임은 변협 규정대로 퇴사일 기준 1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사회가 투명해진 만큼 공직자 출신의 사건 수임에도 지켜보는 눈이 많아 업계가 우려하는 사안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있었던 전관예우는 최근 강도가 비교적 낮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약업계도 리베이트 사건이 줄어든 만큼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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