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14회 아이디어 페스티벌 개최
시각 장애인의 대중교통 편의성 개선 및 공유 킥보드·휠체어 연결 솔루션 ‘대상’
대상 수상팀에겐 포상금과 해외 탐방 기회 제공
투석 치료자 위한 모빌리티 기술, 청각 장애인의 드라이브 스루 지원 기술 등도 공개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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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눈을 감고 강남역에서 버스를 탄다고 상상해 보자.’ 

여러 대의 버스가 줄지어 오는 상황에서 원하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을까. 아마 옆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버스를 탑승해 운전기사에게 버스 번호를 수 차례 확인해야 겨우 맞는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예전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발전됐지만, 여전히 장애인 등 이동 약자들이 원활히 움직이는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에 미래모빌리티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적 약자 이동을 돕기 위한 임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한자리에 모았다.

지난 22일 현대차·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남양 연구소에서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연구원들의 열정,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연구원들이 팀을 이뤄 이동수단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실물로 제작해 경연을 펼치는 대회다.

올해는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을 주제로 교통 약자 및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는 제작 부문에는 총 9개팀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스토리텔링으로 제안하는 ‘시나리오 부문’에는 6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제작 부문 대상은 시각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위한 ‘햅틱 내비게이터(Daisy)’를 개발한 ‘H-Sense’팀이 차지했다.

시각 장애인의 대중교통 편의성 개선 기술로 제작 부문 대상을 수상한 H-Sense 팀. / 사진=현대차그룹
시각 장애인의 대중교통 편의성 개선 기술로 제작 부문 대상을 수상한 H-Sense 팀. / 사진=현대차그룹

이 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시각 장애인이 이용하는 ‘지팡이’와 위치 정보를 전송하는 ‘비콘’을 활용한다.

시각 장애인이 사용하는 지팡이에 버스 번호를 말하면 해당 버스에 달린 비콘에게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낸다. 정류장에 가까워진 버스 비콘이 응답신호를 다시 지팡이에게 보내면 지팡이는 버스와의 상대적인 거리와 방향을 계산해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버스가 접근하면 운전기사는 비콘을 통해 시각 장애인이 정류장에서 타는 지 알 수 있으며, 시각 장애인은 지팡이 진동 패턴을 통해 손만 뻗으면 버스에 바로 탈 수 있는 지점까지 찾아갈 수 있다.

최우수상은 청각 장애인의 드라이브 스루 이용을 돕는 ‘너의 눈, 귀, 입’ 기술을 개발한 ‘선행개발팀’과 투석 환자를 위한 ‘찾아가는 인공신장실(Life Delivery)’ 기술을 개발한 ‘심오헌모빌리티팀’이 수상했다.

너의 눈, 귀, 입 기술은 외부 음성을 인식해 차량 내 모니터로 자막화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운전자 수어를 카메라로 인식해 외부 스피커로 다시 소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공신장실 기술의 경우 10만명에 달하는 국내 투석환자를 위해 개발했다. 전기차의 뛰어난 실내 활용성을 통해 치료 공간 및 의료 장비를 갖추는 것은 물론, 투석 치료에 필요한 전력을 ‘V2L(양방향충전)’ 기술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투석 환자 이동을 돕기 위한 찾아가는 인공신장실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현대차

이 밖에도 차량 에어컨이나 히터를 호스 연결만으로 차량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수상 사고 발생시 골든 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수상 구조 모빌리티 등이 눈길을 끌었다.

차량 에어컨과 호스를 연결해 텐트 온도를 낮추고 있는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시나리오 부문에선 공유 킥보드를 활용한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성 향상을 높인 ‘의좋은 오누이팀’의 ‘백설이와 퀵요정’이 대상을 수상했다.

의좋은 오누이팀은 “장애인 20명 중 1명이 외출하기 힘들어 집에서만 지낸다고 한다”라며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도 3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탈 수 있는 등 불편함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킥보드와 휠체어를 연결해 집에서 지하철 등 주요 교통 거점까지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공유 킥보드가 휠체어 동력을 보조하며 이동성을 높이는 한편, 주변 공유 킥보드 위치 확인과 휠체어 전용 이동 경로를 제공해 편의성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최근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기술과 임산부 맞춤형 차량 구독 서비스, AI 기반 능동형 음주운전 예측 및 예방 시스템 등도 현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날 심사는 김용화 현대차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심사위원단이 작품 참신성과 완성도 등을 평가했으며, 추가로 유튜브 ‘좋아요’ 점수를 종합해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제작 부문 대상 팀에겐 상금 1000만원과 내년 CES 견학 기회를, 시나리오 부문 대상 팀에겐 상금 500만원과 아시아 지역 해외기술 탐방 기회를 준다.

김용화 현대차 CTO 사장. / 사진=박성수 기자
김용화 현대차 CTO 사장. / 사진=박성수 기자

김용화 사장은 “이번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모빌리티가 어떤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지 심도있게 고민한 임직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창의적인 연구개발문화 조성을 위해 이러한 도전의 장을 지속적해서 운영 및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발굴된 임직원 아이디어는 특허 출원, 양산 적용, 스타트업 분사 등으로 이어진다. 최근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양방향 멀티 콘솔’의 경우 지난 2021년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다기능 콘솔’ 아이디어가 양산에 적용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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