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부동산 매입 증가에 투기 우려 제기···“자국 경제 활성화 기대감 반영”
정부, 외국인 주택 소유 시스템 첫 구축···“취득세·보유세 중과 통한 취득 억제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투기로 인한 시장 교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주택 소유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며 거래 허가제 시행, 자금출처 조사 등 외국인 부동산 투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세제 부분에 있어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투기 수요를 제대로 줄일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31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올 1월 1391건으로 저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완만한 증가세를 기록, 지난달엔 2149건까지 늘어났다. 전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건수 대비 외국인 비율도 2월 0.0054%, 3월 0.0059%, 4월 0.0068%로 상승세다. 

중국인들이 외국인 부동산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매수 거래의 절반에 육박하는 1051건(48.9%)이 중국인 거래였다. 중국인 매수 건수는 1월 518건, 22월 611건, 3월 996건, 4월 1051건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부동산 매입이 늘어나면서 투기 등 시장 교란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 부동산 매입은 실수요보다는 투자 목적인 경우가 많아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외국인 부동산 투자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수도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인들은 토지 위주, 중국인들은 아파트 투자에 쏠리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보다는 자국의 부동산 정책이나 경제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최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 증가는) 자국 경제가 저점을 찍으면서 활성화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거래를 규제해 국민 거주권을 보호하겠단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비거주 외국인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고, 외국인 주택거래 자금 출처 조사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하며, 지역·용도·유형별 보유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및 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중 비거주 외국인 주택거래허가제는 국회 입법 절차를 마무리했고, 지난해 10월엔 국토부 주도로 외국인 주택거래 자금출처 조사도 진행했다. 다만,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현황 데이터는 토지 부분은 확보돼 있으나, 주택 분야는 그간 자료 정리가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정부는 외국인 주택 소유 통계를 국정과제로 삼고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관련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착수, 이날 처음으로 통계 자료를 공개했다. 외국인 8만1626명이 소유한 주택은 8만3512호로 전체 주택(1895만호)의 약 0.4% 수준이다. 국적별로는 중국(53.8%), 미국(23.9%)이 다수였고, 지역별로는 대부분 수도권(73.6%)에 분포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들이 주택 구입을 많이 했는데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 기초 통계를 만들어야 겠단 공감대가 형성돼 국토교통부가 추진했다”며 “이번 공표 자료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시점에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해 공표했으며 향후 매 반기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측은 “외국인의 토지 주택 보유통계와 거래신고 정보를 연계해 이상거래를 조사하는 등 향후에도 엄격하게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거래를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 개선책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서 대표는 “현재 외국인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의 경우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취득세와 보유세 중과를 통해 취득 억제를 유도할 필요는 있다”며 “국내 부동산을 사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미국국적을 가진 한국인 같은 우리나라가 모국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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