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서 복수의결권 통과···여야 합의안 불구 의원간 찬반 ‘격론’
벤처업계, 적대적 M&A 리스크 해소 ‘기대’···“혁신 정신 유지에 도움”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일정 요건을 갖춘 비상장 벤처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3년여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업계에선 법안 통과로 경영권 리스크를 일정부분 덜어낸 벤처 창업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외부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스타트업의 혁신정신이 자본에 휘둘리는 부작용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가운데 소액주주 권리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비상장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격론 끝에 재석 260명 중 찬성 173표, 반대 44표, 기권 43표로 통과시켰다.

지난 2020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의한 정부안을 기초로한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지분율이 30% 미만일 경우 1주당 의결권을 최대 10개까지 보유한 복수의결권 주식을 창업주에게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해외국가들은 예외적으로 복수 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구글 공동창업자가 가진 주식 비중은 11.5%이지만 51.1%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해외의 경우 대부분 이미 유니콘이 된 기업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반면, 법안은 유니콘이 되기 전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허용한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대체로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서 기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고 본다. 다만, 최대주주 경영권 독점과 편법적 증여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되면서 국회에 장기 계류돼 있었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법안을 두고 의원들 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자본은 적더라도 젊음과 열정을 쏟아 기업을 성장시킨 창업자에게 다소간 경영권을 유지할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혹자는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추후 법개정을 통해 재벌이 이를 상속,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하나 우리나라의 입법 투명성을 볼 때 재벌 승계를 열어주는 상법 개정이 국민과 국회 감시를 피해 진행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벤처기업은 창업주가 기술력으로 운영하고 성장 단계마다 자금조달을 꼭 해야한다. 자금조달을 할 때마다 창업주 지분율이 떨어지면서 경영권 방어도 생각해야하기에 경영에 몰입하기 힘들어지기에 이런 부분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며 “제기되는 많은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려가 있다고 일을 안하는게 아니라 우려가 구현되지 않도록 법을 잘만드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반면, 같은당 이용우 의원은 현행 상법상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취약한 상태에서 벤처기업 창업자의 복수의결권을 인정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최근 물적분할, 인적분할 등을 통해 자본거래를 하면서 주주 이익이 침해된 사례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복수의결권을 가진 창업주가 본인의 이익을 위해 자본거래를 하다 (주주에게) 손실을 끼쳤을 때 그걸 교정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언급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 법은 현행법상 기업의 인수합병시 발생하는 대주주와 개미주주의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해 주주에게 부여한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과 충돌한다. 경영자의 차등의결권을 보장해주면 개미들의 청구권은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며 “오늘 이법이 통과되면 다음엔 제한 요건을 없앨 차례만 남는다. 실익은 없고 잠재적 해악은 지대하다”고 했다.

이날 법안이 통과되면서 벤처, 스타트업 창업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외부자본 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기업이 투자를 받을 때 창업자 지분이 희석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를 하는 기준을 보면 창업자의 혁신성, 창업주가 회사를 운영하는 철학, 방향성,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만약 복수의결권이 도입되지 않아 회사가 커나가는 과정에서 창업주 지분이 희석돼 창업주 영향력이 적어진다면 역으로 벤처 투자의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주 복수 의결권이 허용되면 기업의 성장이나 상장, 스타트업들이 최종적으로 IPO(기업공개)나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요즘 같이 벤처 투자가 전체적으로 좀 위축된 상황에서 좋은 기업들이 투자를 받아 성장하려면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적대적 M&A로 창업주가 만들었던 좋은 철학과 방향성을 잃는 상황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대기업처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게 아니다보니 창업주가 기업 정체성 자체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M&A가 들어왔을 때 창업주가 힘을 잃어버리면 결국 기업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기 어렵단 부분이 있다”며 “복수의결권이 허용되면 M&A 세력이 기업의 가치만 딱 가져가고 털어버렸을 때 벤처 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대표들은 보통 유니콘 기업을 보고 자신들도 성장하겠단 마음을 갖는다. 힘을 더 키워야 할 스타트업 입장에서 좋은 기업을 키우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복수의결권이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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