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커머스 중심으로 실적 상승···크림은 적자폭 커져
크림 IPO 가능성 제기···국내외 C2C 플랫폼 투자로 몸집 키워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네이버가 C2C(개인과 개인 간 거래) 사업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네이버는 커머스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 중 네이버는 유니콘 등극을 앞둔 계열사 크림 키우기에 한창이다. 크림을 위해 네이버는 외부 C2C 플랫폼 투자까지 나서고 있지만, 늘어난 적자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도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 호조로 최대 실적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매출 9조7920억원, 영업이익 1조4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10.9%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크림 실적 추이. / 자료=크림, 표=정승아 디자이너
네이버 크림 실적 추이. / 자료=크림, 표=정승아 디자이너

네이버 실적 상승 배경에는 ‘커머스 사업’이 있다. 지난해도 네이버는 광고시장의 어려움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 늘어난 데는 커머스 사업의 선전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네이버 1분기 매출 2조2763억원, 영업이익 3209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3%, 영업이익은 6.3% 각각 증가한 규모다.

그 중에서도 네이버는 크림을 미래성장동력으로 꼽고 크림 키우기에 나섰다. 크림은 2020년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으로 첫 출범한 네이버의 핵심 계열사다. 이후 크림은 2021년부터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했고, 스니커즈에서 명품 거래로 품목을 확대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크림은 설립 3년 만에 유니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크림은 최근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하며 최대 98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앞서 크림은 지난달 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506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알토스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동일한 방식으로 조달한 1700억원 규모의 자금까지 합쳐 총 2206억원 규모로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한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2분기 이후부터 크림의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크림의 거래액은 3500억원이었다.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크림은 올해 2월 월간활성이용자(MAU) 100만명을 기록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 크림 MAU는 500만명, 거래액은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크림의 수익성이다. 크림은 지난 2021년 매출 32억8494만원, 영업손실 595억4912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크림이 매출 459억5816만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크게 늘었고 영업손실도 860억6085만원으로 역시 증가했다.

크림 관계자는 “작년 대비 운영비용이 늘고, 검수나 시스템 개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크림 홈페이지 중 일부. / 사진=네이버 크림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크림 홈페이지 중 일부. / 사진=네이버 크림 홈페이지 캡처

그간 크림은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우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다만 크림은 지난해 4월부터 구매자 수수료를 부과했고, 8월부터는 판매 수수료를 부과했다. 리셀 플랫폼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한정판 제품 거래를 중개한다. 상품을 검수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다. 미국에서는 리셀 판매 수수료를 8~10% 부과하고 있는 만큼, 크림도 단계적으로 수수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크림의 판매 수수료는 최대 4%, 구매 수수료는 최대 3%로 책정돼 있다. 이는 경쟁사인 솔드아웃(수수료 2%)보다도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크림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수수료가 많이 높아졌다”, “수수료는 오르고 정산은 느리다”, “이제 크림에서 구매, 판매 못하겠다”, “3% 오르니까 체함이 된다”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크림은 지속해서 국내외 C2C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다. 크림은 2021년 7월 일본 1위 리셀 플랫폼인 스니커덩크를 운영하는 소다에 투자했다. 또 지난해만 중고거래 플랫폼 시크먼트, 말레이시아 리셀 플랫폼 스니커라 운영사 쉐이크핸즈, 태국 리셀 사업자 사솜의 지분을 신규 취득하거나 추가로 취득했다. 최근에는 크림이 인도네시아 1위 리셀플랫폼인 킥애비뉴에도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크림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네이버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규모를 키운 후 잇단 투자로 몸집을 키워 상장에 나서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말 JP모건에서 한국IB부문을 이끌던 김영기 대표를 영입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와 크림의 최고재무책임자로 합류했고, 앞서 우아한형제들 매각, 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 카카오페이 IPO 등을 이끈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크림이 무료 수수료로 리셀 이용자들을 대거 모은 이후 수수료를 부과하며 사업 키우기에 나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IPO에 나서기 위해 글로벌 C2C 플랫폼 투자에 나서며 계획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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