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 증시 입성, 기업가치 인적분할 때의 절반에도 못 미쳐
본업인 백화점 경쟁력 챙기고 신사업 집중···홈플러스 인수설도 제기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백화점 4위인 한화갤러리아가 증시 입성 후 본격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한화갤러리아가 독립경영을 시작하며 김동선 전략본부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갤러리아는 대전 랜드마크였던 타임월드점도 대전 신세계에 밀리고 있어, 본업인 백화점에 힘을 싣는다는 구상이다. 갤러리아는 사업 재정비와 동시에 김 본부장의 경영 승계 작업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화갤러리아 인적분할 및 백화점 부문 실적 추이. / 자료=한화갤러리아, 표=김은실 디자이너
한화갤러리아 인적분할 및 백화점 부문 실적 추이. / 자료=한화갤러리아, 표=김은실 디자이너

10일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돼 독자경영을 시작한지 10일이 됐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31일 독자경영을 시작하며 증권시장에 입성했다. 현재 한화갤러리아의 시가총액은 3897억원으로,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 당시 평가받았던 기업가치(8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화갤러리아는 2021년 한화솔루션에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가 2년 만에 다시 인적분할됐다. 한화그룹의 유통 부문은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 및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맡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김 본부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면 한화그룹 유통·호텔·리조트 사업에 대한 승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화학 등 주력 계열사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계열사를, 삼남 김 본부장이 유통과 호텔 계열사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한화그룹의 유통 사업 전체를 놓고 보면 경쟁사 대비 초라한 수준이다. 유통 빅3인 신세계는 유통 부문 매출 30조원을 넘겼고, 롯데쇼핑은 15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갤러리아는 호텔 부문 매출을 더해도 1조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라 아직 빅3와 경쟁하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대전 지역의 핵심 점포로 꼽혀왔지만 최근 대전 신세계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의 지난해 매출은 7362억원인 반면 대전 신세계는 지난해 매출 8647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갤러리아는 본업인 백화점 사업은 명품 등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갤러리아는 점포 수가 6개로 경쟁사 대비 적지만, 무리한 확장보다는 지역 내 1등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갤러리아는 명품관에 슈즈존을 강화하고 타임월드는 이달 한 개 층을 명품 남성 전문 매장으로 탈바꿈한다. 광교점도 명품 남성 및 시계 브랜드를 강화하고 프리미엄 가전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대한승마협회 대의원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자리도 포기했다. 갤러리아는 “안정적인 경영 체계 확립, 신사업 발굴 등 당면 과제가 많아 경영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본부장은 오는 6월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을 앞두고 있고, 하반기에는 스페인산 프리미엄 이베리코를 활용한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 사업은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하면서 그룹사와 연계한 리테일 복합개발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리테일 관련 다각적 투자와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 중장기 지속 성장에 집중해 주가 부양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홈플러스의 대주주는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영국의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블라인드펀드 만기가 10년으로 예상되는 MBK파트너스는 투자금 회수가 급박한 상황이다.

갤러리아와 홈플러스는 매각 여부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한화갤러리아에 매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2003년까지 대형마트인 한화마트를, 2016년까지는 편의점 씨스페이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또 한화 유통 부문은 경쟁사 대비 온라인에 대한 역량이 부족한 만큼, 홈플러스와의 시너지를 내기 충분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갤러리아가 경영 승계와 관련 있다보니 유통 부문이 신사업과 기존 사업의 시너지로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면서 “홈플러스 인수 자체만 놓고 보면 갤러리아가 과거 유통 리테일 부문 사업을 해온 바 있어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예전부터 현대백화점, 쿠팡 등을 중심으로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고, 갤러리아도 인수보다는 기존 사업을 재정비하는 것을 집중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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