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폐쇄 조치 이슈 발생
투심 얼어붙으며 미국 증시 하락···공포 지수도 급등세
원·달러 환율 상승세 속 13일 국내 외환 시장도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폐쇄되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증시의 경우 SVB 사태 충격에 지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간)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 조치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대 상업은행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앞선 지난 8일 SVB는 예금 지급을 위해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 상당량을 매각,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2억5000만달러 신주 발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탓에 고객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발생했고 결국 은행 폐쇄로 이어졌다.

SVB 사태로 이날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인 까닭이다. 시장에선 미국 스타트업의 줄도산 우려, 다른 은행으로의 뱅크런 확산, 신용 경색 가능성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증시도 지난 10일 하락 마감하는 모습이 나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1909.64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56.73포인트(1.45%) 하락한 3861.59에 장을 끝냈고 나스닥 지수는 199.47포인트(1.76%) 떨어진 11138.89에 마감했다.

같은 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4.80으로 뛰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암호화폐 시장도 충격 여파가 전해지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한때 2만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국내 증시는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 약세 흐름이 나왔던 상황이다. 지난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50포인트(1.01%) 빠진 2394.59에 거래를 마쳤는데 코스피가 24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달 27일 이후 처음이다. 이달 초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닥 역시  20.62포인트(2.55%) 내린 788.60에 마치며 800선을 내줬다.

외환시장의 충격 여부도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달러당 1216.4원까지 내렸다가 이달 들어 1329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질 경우 추가적인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며 전 세계적인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짙어지면 자금 유출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한편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감시·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경제·금융 수장들은 정례 간담회를 열고 SVB 사태의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이들은 간담회 후 “이번 미국 SVB의 유동성 위기가 은행 폐쇄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관계기관은 관련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부작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 시간) 폐쇄 조치가 내려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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