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근로시간 개편안 공개 후 현실성 없다는 비판 쇄도
“연장근무 많이 했으니 제주 한달살이 하겠다고 말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로 보이나”

직장인들이 서울 시청역 지하철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직장인들이 서울 시청역 지하철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했던 현 제도를 개편해 바쁠 때 1주에 69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하고, 그 대신 이후엔 연장근무를 하지 않거나 장기휴가로 쉴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더 쉽게 표현하면 미리 일을 다 끝내고 이후 몰아서 덜 일하거나 쉴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해당 개편안에 대해 벌써부터 여러 지적들이 나옵니다. 매번 싸우는 정치권끼리의 공방은 그렇다 치더라도, 심지어 젊은 세대로 구성된 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개편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습니다.

재밌는 것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조사를 보면 20~30대 조사대상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인 55.3%가 ‘필요 시 주 3, 4일간 몰아서 일하고 주중 1, 2일 추가 휴무’하는 방식을 근로시간 선호 유형으로 꼽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게 한다는 윤석열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선 우려가 많은 것일까요.

주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당 개편안에 대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상과 현실이 다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인 듯합니다. 69시간 연장근무는 할 거 같은데, 이후에 쉬거나 덜 일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주 52시간제'는 정확히 말하면 ‘법정 40시간+ 연장근무 12시간’을 말하는데요. 이번 개편안은 매월 12시간으로 정해진 이 연장근로 시간을 월이나 분기, 년 단위로 측정해 사용하도록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창 일이 바쁠 때 한주에 최대로 69시간까지 연장근로를 땡겨서 쓰고,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시기엔 연장근로를 하지 않거나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해 향후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서 장기로 쓸 수 있게 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지금도 52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바쁠 때 69시간씩 연장근무를 하고 이후 장기휴가를 가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생산직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이라는 것이 하나가 끝나도 또 다른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모든 직종이 한가할 때와 바쁠 때가 딱 나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대부분의 일이 미리 몇 주 혹은 몇 개월 치 일을 미리 해놓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죠.

또 장기휴가를 가느냐 못 가느냐는 각자 상황에 따른 것이지, 근로시간 개편과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한 서울 지역 80년대생 IT계열 직장인은 “우선 연장근무를 하는 만큼 연차로 제대로 적립이 될지도 의문”이라며 “지금도 휴가 길게 낸다고 해도 대부분 5일이고 2주 쓰는 경우도 쉽게 보기 힘든데 단순히 휴가적립 했다고 한 달로 늘어나겠느냐”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영업직 직장인 김아무개 씨도 “만약 연장근무 많이 했으니 다음달 제주 한달살이 하겠다고 회사에 이야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게 휴가 적립한다고 가능하겠다고 보나? 내용을 떠나 현실성 없는 제도”라고 반문했습니다.

사실 몇 년 전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할 때도 역시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금 존재하는 근무시간 기준들도 많은 직군들에겐 사실상 무용지물인데, 공식적인 시간 조정이 어떤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었죠.

아마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도록 할 만한 현실적 방안 없이 공개되는 대책들은 직장인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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