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청약, 28일부터 무주택·거주 요건 폐지
지방에 사는 사람도 서울 아파트 노려볼 수 있어
둔촌주공, 첫 수혜 단지···미계약 해소 기대
“시장 침체 여전···입지 좋은 단지에만 수요 몰릴 것”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마련된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을 살펴보는 방문객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마련된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을 살펴보는 방문객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의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미분양이 해소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늘부터 주택 수나 지역 상관없이 무순위 청약에 지원할 수 있다. 지방에 사는 다주택자도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를 노려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서 선착순 분양이 거주·무주택 요건이 없어 흥행했던 만큼 무순위 청약에서도 ‘완판’(완전 판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28일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개정령엔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무순위청약은 1·2순위 당첨 후에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사유로 당첨이 취소된 물량에 대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입주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이번 개정안으로 집이 여러 채 있어도 해당 지역에 살지 않아도 성인이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오늘부터 무순위 청약을 공개 모집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개정안을 적용받게 된다.

기존 무순위 청약은 청약자 본인이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거주해야 하고 본인과 배우자 등 해당 가구 구성원 모두가 무주택자여야 지원이 가능했다. 다른 지역 거주자는 무순위 청약에 도전하고 싶어도 해당 단지가 무순위 청약 이후 단계인 선착순 분양으로 풀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선 미분양 물량 소진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고금리에 집값이 하락하면서 미분양은 8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분양 주택은 7만5359호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6만8148호) 대비 10.6% 증가한 것으로 2012년 11월(7만6319호)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최대치다.

업계에선 무순위 청약 요건 완화가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거주지·무주택 여부를 따지지 않은 선착순 분양을 진행한 단지들은 전국에서 수요가 몰리며 미계약 물량을 털어내고 있다.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선착순 분양 단계에서 완판 됐고, 초기 계약률 59%에 그쳤던 경기 광명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도 선착순 분양을 통해 최근 100% 계약을 마쳤다.

개정안을 적용받는 첫 사례는 단군 이래 서울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 될 전망이다. 다음 달 8일 무순위 청약이 시행되는데 미계약 된 소형 평형(전용면적 29·39·49㎡) 약 8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가는 5억2000만∼8억8000만원선이다. 평수에 피해 분양가가 다소 높지만 입지를 고려하면 완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입지에 위치한 데다 무순위 청약 조건이 완화돼 전국에서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완판이 아니라도 미계약 물량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무순위 청약 요건이 완화된다고 해도 분양가가 인근 단지보다 턱없이 높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단지는 크게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순위 청약 요건이 완화된 만큼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며 “다만 금리가 워낙 높은 데다 집값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급매가격보다 분양가가 높거나 입지가 떨어지는 단지는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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