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대표·상무부장 만남···갈등 해소는 난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AP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양국 통상협상도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악화일로인 양국의 전방위 갈등 속에 대화가 다시 시작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양국이 패권 대결 양상으로 접어든 갈등을 고려할 때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18일(현지 시간) 태국 방콕에서 양국 통상 문제를 논의했다. USTR은 미국의 통상정책 입안, 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백악관 직속 기구다.

양국 통상장관이 대면 회담을 연 건 지난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연 지 나흘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이기도 하다.

타이 대표와 왕원타오 부장은 이날 통상분야 주요 고위급 소통 창구를 유지하며 국제 통상과 양자 간 통상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합의했다. USTR은 양국이 “소통창구를 열어두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선 양국간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신 타이 대표는 APEC에 관한 자신의 비전을 왕원타오 부장에게 설명했다. 미국은 APEC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타이 대표는 미중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비(非)시장경제 관행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담에선 양국의 통상 진전안이나 통상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악화일로인 양국의 전방위 갈등 속에 통상에서 대화가 다시 시작됐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만남이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 최고위급 통상협상이 재개됐음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중국 상무부 또한 두 관리의 회담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두 인물이 양측의 공통 관심사인 미중 간의 경제·무역 문제와 다자 및 지역의 무역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전문적이면서도 건설적인 교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양측이 계속 소통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수년간 통상갈등을 겪으며 도널드 토럼프 대통령 행정부시절부터 상대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제, 외교·안보, 기술패권 전쟁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역에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타이 대표는 지난해 말 통상 문제 논의를 위해 류허 중국 부총리와 화상통화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각에선 양국이 패권 대결 양상으로 접어든 갈등을 고려할 때 무역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USTR의 고율관세 유지뿐만 아니라 상무부의 수출규제를 통해 반도체 등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억제하려는 조치도 계속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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