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벤처투자 40.1% 감소···투자심리 악화 영향
시리즈B 이상 중·후기 투자 줄고, 초기 투자 집중
벤처펀드액도 전년比 0.3% 늘어···4분기부턴 축소 우려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고금리 및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전 세계적 벤처투자심리 악화가 국내 시장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벤처투자가 40% 이상 감소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고, 4분기부터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조만간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투자액은 1조252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0.1%(8388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3분기(1조2371억원)보다는 150억원가량 많은 규모이지만, 금리인상 기조 장기화와 실물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100억원 이상 대형투자가 크게 줄었다. 3분기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22개사로 43개사였던 전년 동기는 물론 27개사를 기록한 2020년 3분기보다도 적었다.

투자 규모가 비교적 큰 시리즈B 이상의 중·후기기업 투자는 감소하고, 시드나 시리즈A 단계의 초기 투자에 집중된 영향에서다.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사들이 가격 협상이 용이한 초기기업으로 몰린 것이란 분석이다. 

1~3분기 100억원 이상 투자유치 기업 수 / 자료=중소벤처기업부
1~3분기 100억원 이상 투자유치 기업 수 /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주요 9개 업종을 살펴보면, 영상·공연·음반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투자가 최대 60%까지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급격히 성장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는 물론,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등도 투자 혹한기를 피하지 못했다.  

투자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게임 분야다. 게임 분야의 3분기 기준 투자금은 281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대비 66.4% 줄었다. 바이오·의료와 유통·서비스 투자가 각각 52.9%씩 줄었고, 전기·기계·장비(-46.9%), ICT서비스(-35.2%) 순으로 투자 감소가 이어졌다. 반면 영상·공연·음반은 코로나19 일상 회복으로 투자가 전년 대비 16.4% 늘어 953억 원에 달했다.

벤처펀드 결성도 위축된 모습이다. 3분기 벤처펀드 결성액은 2조600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선 4분기부터 벤처펀드 결성 규모도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분기 투자가 동분기 역대 최대 실적 경신한 반면, 3분기에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1~3분기 결성된 벤처펀드의 민간 비중은 지난해 71.2%에서 올해 77.8%까지 늘어나면서 벤처투자의 정책금융 의존도는 낮아졌다는 평가다. 민간 출자액은 5조4830억원으로 41.8%(1조6161억원)가 늘어났지만, 모태펀드, 산업은행·정부기금, 성장금융 등 정책금융 출자액 증가율은 0.3%(52억원)로 1조5687억원에 그쳤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복합적인 경제 리스크로 벤처투자 심리가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는 조만간에 벤처투자 촉진 및 국내외 모험자본 유입 확대 방안 등을 담은 벤처투자 생태계 역동성 강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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