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의약계·산업계와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
규제특구 기업 휴레이포지티브 "실증 결과 안전성 입증"
백남종 원장 "비대면 진료, 넓은 범위에서 포괄적 허용해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비대면 진료의 연내 법제화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련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규제자유특구 성과를 기반으로 관련 논의의 불씨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의약계 모두 비대면 진료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이견을 좁혀 법제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27일 중기부는 서울중앙우체국에서 '규제자유특구 실증을 통해 보는 비대면 진료의 미래' 정책 토론회를 열고 정부, 의약계, 산업계와 함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혜린 중기부 규제자유특구기획단장,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 등 정부 측 인사를 비롯해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이 참석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8.3%가 비대면 진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 경험 환자의 87% 이상이 재이용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내 비대면 진료는 규제에 가로막혀 33년간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4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합법화했지만, 한국, 스위스, 체코, 칠레 등 6개국은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법제화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27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중기부가 주최한 비대면 진료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염현아 기자
27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중기부가 주최한 비대면 진료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염현아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가 3000만건을 돌파하면서 안전성도 입증됐다. 국내 대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누적 건수 중 오진 및 의료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비대면 진료 분야 규제자유특구 대표로 참석한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도 실증을 통해 원격의료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강원도 지역의 환자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증한 결과 대면진료와 동등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원격 모니터링으로 수집·분석한 심전도 생체정보를 토대로 심장질환 의심 환자들을 분류했고, 이들 환자가 조기에 의료기관에서 시술 또는 처방을 받는 성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7월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휴레이포지티브는 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모니터링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가장 큰 문턱은 의약계의 입장이다. 최근 들어 의약계 단체들은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해 전향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좁은 범위에서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오진 및 의료사고 등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도 "비대면 진료를 초진 환자로까지 확대하면,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보완한다는 대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좁은 범위에서의 허용은 결국 또다시 법안 개정을 초래할 것이라며 포괄적인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원장은 "비대면 진료를 1차 의료기관에 한해 허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를 일부 질환이나 특정 진료 단계로 제한한다면, 잦은 법 개정으로 많은 번거로움이 수반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초·재진을 구분하는 기준이 복잡한 데다, 질환을 허용 범위에 하나씩 추가하는 데 드는 행정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업계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정부 및 의약계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지호 원산협회장은 "한국은 의료와 IT 기술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 기술이 결합된 비대면 진료의 도입 속도는 가장 느리다"며 "비대면 진료가 조속히 안전하게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의약계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혜린 규제자유특구기획단장은 "복지부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규제특구 사례를 통해 논의를 강화하고자 했다"며 "의료 접근성을 높여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 중기부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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