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의지 피력' IBK기업은행 vs '경기도 제2금고' KB국민은행
개정된 시금고 평가 기준이 변수···업계, 은행별 금리 경쟁력 중요
시금고 선정 시 예치금 운용 통해 이자이익과 영업 인프라 확보
"출연금 지출 큰 의미 없어···전산시스템 관리능력과 금리 부문이 당락 가를 것"

2022년
2022년 수원시금고 지정 평가항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3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수원시금고 선정을 두고 주요 시중은행들이 쟁탈전에 나섰다. 60년 가까이 시금고를 지켜온 IBK기업은행이 이번에도 강한 수성 의지를 피력하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새 도전장을 내밀면서 양 사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최근 개정된 시금고 선정 평가 기준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종 선정 결과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시는 오는 18일 시금고 운영 은행을 발표한다. 수원시금고지정심의위원회는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시민의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기타사항 등을 평가해 시금고은행을 지정할 예정이다.

금고지정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9명 이상 12명 이내의 위원을 선정하고 수원시의원 2명, 수원시 4급 이상 공무원 3명, 관련분야 민간전문가 7명 이내를 금고지정심의위원회에 포함한다. 차기 금고 약정기간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총 4년이다.

지자체 금고지기에 선정되면 은행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매년 수십조에 달하는 세입·세출을 관리하며 예치금을 운용하면서 막대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공무원과 가족, 산하기관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지자체와 관련한 다른 사업 입찰에도 유리한 측면이 많다. 금융기관의 브랜드 제고와 우량 고객 유치 등 새로운 수익 창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수원시금고는 IBK기업은행이 1964년부터 58년째 맡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역사회 사회공헌과 수원 인근 공업지역에 대한 배후지원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금융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경우 수원시를 전국에서 유일한 지자체 금고로 보유하고 있다.

수원시금고는 서울이나 인천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관리 예산 규모가 성남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그 중요도가 높다. 올해 결산 기준으로 수원시금고는 총 3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금고를 운영한 58년 동안 사건·사고가 단 한건도 없었다는 것이 최고 장점"이라며 "관리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수원시의 세입과 세출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대항마로는 KB국민은행이 부상하고 있다. 12년 전부터 수원시금고 입찰에 꾸준히 참여해왔고 경기도 권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KB국민은행의 전략과도 일치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향후 4년간 경기도의 세입·세출금 수납·지급 등의 금고 업무와 광역교통시설특별회계 등 10개 특별회계와 재난관리기금 등 6개 기금하는 경기도 제2금고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미 수원지역 여러 기관과 협약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향후 여러 KB 계열사들과 연계해 금융 편의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 변수는 금고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이다.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을 개정하며 총 배점 100점 중 기존 4점이었던 '협력사업비' 배점을 2점으로 낮추고 '지자체 대출 및 예금금리' 부문은 15점에서 17점으로 높였다. 금고 평가항목 중 재무구조의 안정성이나 시민의 이용 편의성 부문이 은행 간 비슷한 수준이고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예금 금리 부문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출연금 지출이 주요 변수였지만 배점 기준 변경으로 큰 의미가 없어졌다"며 "전산시스템 관리능력과 금리 부문이 시금고 결정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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