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카드사, 상반기 판관비 8647억원…전년比 6.5% 증가
개별 이슈 외 마케팅 비용 증가도 영향 미쳐

은행계 카드사 판매 및 일반관리비 지출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은행계 카드사 판매 및 일반관리비 지출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카드사들이 올해 들어서는 판매관리비(판관비)가 늘어나는 등 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이 증가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의 올해 2분기 기준 판매관리비는 8647억원으로 전년 동기(8123억원) 대비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카드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하나카드의 올해 2분기 판관비는 12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85억원)보다 22.7% 급증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상반기 특별퇴직 실시에 따라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상반기 특별퇴직 실시에 따른 퇴직급여 지출이 판관비 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우리카드 역시 판관비가 지난해 2분기 1030억원에서 올해 1220억원으로 18.9% 증가했다. 우리카드 측은 독자결제망 구축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한 점이 판관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카드는 지난해 독자 결제망 구축을 선언하고 올해 말까지 시스템 완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한카드의 판관비는 지난해 2분기 3366억원에서 올해 2분기 3471억원으로 3.1% 증가했으며, KB국민카드는 1년 새 2742억원에서 2747억원으로 0.2% 소폭 증가했다.

카드사들의 판관비 증가 배경에는 특별퇴직 실시, 신사업 준비 등 각 사의 개별적인 이슈가 자리잡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단계로 들어서면서 그간 억눌렸던 마케팅 활동이 전반적으로 다시 활발해짐에 따라 마케팅비 지출이 늘어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카드사의 업황 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용 증가가 수익성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데다가 이를 상쇄하던 카드론마저도 올해 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으로 취급 확대가 어려워졌다. 주요 수익원에서 사업 환경이 모두 녹록지 않은 와중에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또한 최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카드사들의 여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수익성 악화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카드 이용 금액이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마케팅 활동도 다시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업황만 놓고 보면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비용 절감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소비심리 회복으로 카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어 이를 축소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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