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책위의장 주최 토론회 개최···모수개혁·구조개혁 병행 필요성 제기
취약계층 위한 보충연금 도입 방안도···국민 부담 커 사회적 합의 필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새정부가 해묵은 정책 과제로 꼽히는 연금 개혁을 실천에 옮기겠단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당 주최 토론회에서 나온 노후 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의 동시 만족이 연금개혁의 대원칙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방안이 마땅치 않단 점이 과제인 상황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출산 고령화로 연금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금개혁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뒤 추가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이후 이렇다할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 반발 등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해 정치권에서 추진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직전 문재인 정부 때도 보험료율 인상안을 담은 4가지 연금 개혁안이 나왔으나 정치적 부담을 느낀 정부와 국회가 서로 떠넘기다가 흐지부지됐다.

새정부도 연금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연금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도 5대 구조개혁 과제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포함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하반기까지 국민연금 개선안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밑그림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재 국민연금 재정상태를 진단하고 우리나라 연금체계 개혁방향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는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정책토론회로는 이례적으로 20명이 넘는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성 의원은 “연금 문제는 당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미래세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회에서 나온) 대안에 대해선 정책적으로 수용하고 앞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연금재정 안정·일정 소득 보장 병행 고려"···구조개혁 필요성도

토론회에서는 연금 재정 안정과 일정 수준의 소득 보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단 조언이 나왔다. 그동안 논의의 중심이었던 모수(보험료율·지급률)개혁에 더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제도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개혁도 함께 진행해야 한단 의견도 있었다. 국민연금은 수지불균형이 워낙 커 고강도 재정균형 조치가 필요하고, 기초연금은 노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지급대상과 급여수준, 급여 구조 등을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이 부족하니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올리잔 의견과 재정불안이 심각하니 깎아야 한단 의견도 있는데 지금은 소득대체율을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노후보장은 국민연금 하나로 해결할 수 없기에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잘 조합해 보장성을 갖추고 각각 제도들에 있어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려 수지불균형을 일부 개선하고 국민연금 보장성은 노동시장 주변부에 있거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가입기간을 늘려 실질 소득대체율을 상향해야 한다고 봤다. 사각지대를 개선해 취약계층을 포함한 전반적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할 수 있단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출산, 실업, 군복무 크레딧을 강화하고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 사업장을 확대하며 현재 60~64세의 고용률이 60%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의무가입연령 상한도 검토할 수 있단 설명이다.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 개혁 숙제가 워낙 고강도라 한 번에 모두 하긴 어렵다. 또 제도를 진단하는데 있어 다양한 시각이 있어 하나의 공통 진단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며 “일단 단기간 개혁을 먼저 하고 이후 구조적인 중장기적 개혁을 나눠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수개혁은 지체된 연금개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국민연금의 재정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하기에 중하위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기초연금 재정립, 노후연금 역할을 하는 퇴직연금 등 구조개혁도 병행해야 한단 조언이다.

국민연금은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지균형 체제로 가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다만, 소득대체율을 낮추면 급여 인하폭이 크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를 유지하면 수지균형 필요 보험료율이 약 20%에 달해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오 위원장은 “현세대 가입자가 책임지는 보험료율을 15%로 설정하고 나머지 5%는 후세대에게 의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현재처럼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높으면 장기 가입한 중심권 취업자일수록 국민연금 순혜택을 많이 얻기에 국민연금 적자보전을 위한 재정보전이 역진적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보험료율 15% 수준에서는 상위소득자 수익비가 1배 수준으로 조정돼 역진성 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금개혁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금개혁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취약계층 위한 보충연금 도입 주장도···사회적 합의 방안은 숙제 

국민연금보다는 기초연금 중심으로 접근하는게 노인 빈곤 완화에 더 효과적이란 분석도 나왔다. 다만, 기초연금 위주의 접근도 보충연금 도입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미수급자의 부족한 급여를 보충해야 한다. 기초연금을 수급하고도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적 보충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며 “연금지출의 적정 규모는 전체 경제 규모에서 연금지출의 비중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연금지출의 평균 수준을 지출 제한 선으로 고려할 수 있단 설명이다. 김 교수는 “지출 제한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하향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보충연금을 재정기반 급여로 한다면 사회보험 기반 급여와 달리 재정적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커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적연금 활성화가 연금개혁 방안이 될 수 있단 주장도 나왔다. 강상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적연금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적응해 변화해야 하는데 지금 이 변화를 맞추기 힘들어졌다”며 “아직 사적연금의 역할은 굉장히 미미하지만 역할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부분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입 확대나 준강제화를 통해 사적연금의 사각지대를 완화하고 유지율 개선 등을 통한 제도 연속성을 강화해야 한단 설명이다. 자동가입 도입, 영세업장 부담 경감, 중도인출 및 이직시 해지 억제 등이 필요하단 것이다. 

강 위원은 “지급 단계에서 특별한 의사표현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퇴직금이 아닌 퇴직 연금을 수령하는 것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금개혁은 국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국민 설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극심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 설득에 도움이 되고 이해당사자 간 갈등에 완충작용을 할만한 눈에띄는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오 위원장은 “가입자 입장에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이 보험료만 더 내고 받는 건 똑같다고 생각해 반발이 생길 수 있다. 이로인해 국회나 정치권이 이런 방안을 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시민사회에서 대승적으로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치권에서도 자신있게 제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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