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계획서 없고 입주권 획득 기대감···강남권 3.3㎡ 당 2억~3억원 수준에 거래

재건축 활성화로 시세차익을 보려는 이들이 다주택자 규제로 주택을 매입하지 못하자 재건축 추진 단지 내 상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로 인해 평당 매매가격은 아파트 대비 2배 이상 높은 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재건축 활성화로 시세차익을 보려는 이들이 다주택자 규제로 주택을 매입하지 못하자 재건축 추진 단지 내 상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로 인해 평당 매매가격은 아파트 대비 2배 이상 높은 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이른바 썩빌(재개발 추진구역 내 썩은 듯한 노후한 빌라)에 이어 썩상(썩은 듯한 노후한 상가)이 떠오르는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차인에게 받는 월세는 전무한 수준이지만 정비사업 후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물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까지 연일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언급을 이어나가는 반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재건축 단지 내 상가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단지 내 지하 상가 12㎡는 8125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가 3900만원이었지만 2배 이상 높은 값에 거래된 것이다. 이 단지는 준공 34년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4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며 안전진단 2차 통과 절차를 밟고 있다. 노후한 단지 내 상가인 만큼 월세 수익률은 터무니없이 낮지만 업계에서는 재건축 추진 후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감정가 대비 고가에 낙찰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기신도시인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주공4단지 내 상가 대지지분 19.3평도 3월 10억원에 손바뀜이 성사됐다.

강남의 오래된 단지 내 상가는 더욱 인기다. 서초구 반포동 미도1차 1층상가는 지분이 2.9평에 불과하지만 매매가는 10억원이다. 임대차 역시 보증금 500에 월 20만원으로 수익률이 터무니없이 낮다. 인근 미도2차 단지내 상가 2층 지분 3.3평은 매매가는 6억원에 형성돼있다. 임대차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5만원으로 수익률이 1%에 턱없이 못 미치지만 대지지분 3.3㎡ 당 금액이 2억~3억원 수준이다. 올해 초에는 미도1차 단지 내 상가 지하1층이 7억1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두 단지는 재건축을 추진 중이지만 조합설립인가 조차 안 된 초기사업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상당수 재건축 단지가 그렇듯 상가소유주도 조합원에 편입돼 추후 아파트 입주권으로 받을 수 있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원 미만으로 재건축 조합원이 되는거니 금액 대비 최고의 투자라는 인식이 짙어지며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남권 상당수 단지들이 2020년 3월 일몰제는 비껴가고 실거주 2년 후 양도세 감면이라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매수 가능한 조합설립인가 전 단지 내 상가 매물은 귀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건축 추진 단지 내 상가는 추후 신축 주택으로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도 아니어서 다주택자 사이에서 대체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지만 위험요소도 상당하다. 조합이 정하는 정관을 통해 비례율을 얼마로 산정하는지에 따라 권리가액이 달라지는데, 권리가액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 현금청산을 당하거나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 새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기조로 정비사업 추진 단지는 주택 뿐 아니라 상가도 호황기를 맞았지만 신축 주택시장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8차와 여의도동 한양아파트, 대치동 선경1차에서는 모두 지난달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3월 말 기준 서울의 미분양 민간주택은 180호로 수년간 0였던 점에 비하면 분양시장에서 미분양이 서서히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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