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초고층 아파트로 표심 잡기 나서
“닭장 불가피···너도나도 요구 시 난개발 우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나란히 ‘용적률 500%’ 공약을 내놨다. 재건축이 어려운 지역에서 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초밀도 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이 초고층 아파트에 꽂힌 모양새다.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어려운 지역의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도시계획 측면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선거유세를 위해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재건축 용적률을 500%로 올리고 세입자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은마아파트의 현행 용적률은 200~250% 수준이다. 용적률 상향으로 분양 세대를 늘려 집주인은 이익을 얻고, 세입자도 쫓겨나지 않는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은마아파트를 통해 규제 완화 메시지를 던져 강남권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송 대표의 선거유세는 개포동 구룡마을에서도 이어졌다. 구룡마을 역시 용적률 500% 적용을 약속한 곳이다. 송 대표는 지난 15일 이재명 후보가 집권 시 구룡마을에 최대 500% 용적률을 적용해 주택 1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구룡마을은 1970~80년대 개포동 일대 개발 이후 철거민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형성된 강남 최대 규모 판자촌이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도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송 후보는 “서울시의회 110명 중 100명이 민주당 의원이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시내 704곳 재건축 지역의 용적률 500% 인상과 세입자 우선분양 입주권 지급 공약을 100% 지지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정순균 강남구청장도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3종까지 있는 일반주거지역에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1기 신도시도 특별법 등을 통해 용적률을 50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1기 신도시는 현재 용적률이 약 170∼220%로 재건축을 해도 용적률 상한이 250~300%에 그친다. 일반분양 수익이 적다 보니 재건축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후보의 제안은 30만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표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용적률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역세권 2·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이 참여하면 최대 700%까지 높이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1기 신도시에 대한 용적률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용적률을 500%까지 늘리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수요가 나올 수 있겠지만 고밀 개발에 따른 주거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상업지역이 아닌 일반주거지역에서 500% 용적률을 적용할 경우 동간 거리가 좁아져 소위 ‘닭장 아파트’가 돼 일조권·조망권·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과도하게 밀집될 경우 교통난 심화와 상하수도, 학교, 병원 등의 부족도 고려해 볼 문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야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조합들은 당연히 최대 용적률을 적용할 것이다”며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 난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성과 사업성 문제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초고밀에 따른 지나친 공급으로 인해 인근 주민이나 지자체의 반대가 적지 않을 것이다”며 “시행이 되더라도 일부 지역에만 선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하면 지분 참여자가 많아지고 더 이상 고층화가 어려워 수익성이 낮은 사업지가 된다”며 “몇십년 뒤 노후화되면 추가 재건축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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