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경쟁력 강화 회의 주재···“내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적극 추진”
내부등급법 추가 승인·완전민영화 등으로 추진 동력 확대···“증권사 인수, 최우선”

자료=우리금융그룹/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우리금융그룹/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코로나19로 인해 약 2년동안 비은행 부문 강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금융그룹이 내년부터 다시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확대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며 자기자본을 추가로 늘렸으며 연내 내부등급법 추가 승인도 앞두고 있어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자본 여력이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게 되면 주주들의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CEO 회의를 주재하는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위한 우리금융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산신탁·캐피탈·저축은행 등 강남타워로 통합 이전···계열사 시너지 확대 기대

8일 업계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타워 신사옥에서 계열사 CEO들과 함께 ‘자회사 경쟁력 강화 회의’를 열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및 기존 비은행 자회사의 그룹 시너지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강남타워 신사옥은 지난 8월말부터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캐피탈 등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차례로 통합 이전한 곳으로 우리금융 비은행 사업의 ‘전초기지’로 평가받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그룹에 편입된 해당 계열사 3곳은 함께 입주해있는 우리은행 선릉금융센터 등을 통해 은행, 비은행간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고 그룹 시너지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부동산 신탁 전문기업인 우리자산신탁은 부동산 수요가 많은 강남권의 영업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충청북도에서 서울로 이전함으로써 서울·수도권 지역의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중고차, 수입차 대출이 주요 사업인 우리금융캐피탈 역시 수요가 많은 강남권에서 영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이날 회의를 통해 “지주 출범 후 지난 3년 가까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룹체제가 확고히 안착됐다”며 “그룹 4년 차인 내년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기존 비은행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 비은행부문을 그룹의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특히 손 회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약 2년간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던 M&A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향후 탄탄한 실적과 성공적 민영화의 탄력을 기반으로 M&A나 증자 등을 통해 그룹내 비은행부문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금융에게 비은행 계열사는 최대 약점이자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혀왔다. 최근 수년간 이어져온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들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경쟁 금융그룹들은 보험사 등을 인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했으나 민영화 과정에서 비은행 계열사를 분리 매각했던 우리금융은 높은 은행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상반기 우리은행은 총 1조27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우리금융 순익(1조4197억원)의 90.11%에 해당하는 수치다. KB금융그룹(57.50%)과 신한금융그룹(56.67%), 하나금융그룹(71.47%) 등에 비해 지나치게 은행의 비중이 높은 상태다. 우리금융은 이처럼 높은 은행의존도 때문에 지난해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기도 했다.

◇내부등급법 승인 완료시 자본비율 약 1.2%p↑···예보 지분 매각 후 주주 투자 확대 전망

업계에서는 자본 여력 등을 고려해볼때 우리금융이 내년부터는 공격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올해 우리금융은 지난 6일 2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며 자기자본을 추가로 늘렸다. 애초 우리금융의 신고금액은 1500억원이었으나 유효 수요가 몰려 금액을 더욱 확대했다. 지난 6월말 기준 13.75%였던 우리금융의 BIS총자본비율은 이번 자본확충을 통해 13.85%로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올해에만 총 4000억원 규모의 신종 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자본확충의 목적으로 운영자금 확대, 건전성 유지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늘어난 자본 여력이 향후 M&A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우리금융은 연내 내부등급법 추가 승인도 앞두고 있다. 내부등급법은 은행이나 은행계 지주사가 BIS자본비율을 산출할때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구축한 신용평가모형과 리스크측정요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감독당국의 승인 하에 적용이 가능하며 바젤위원회 기준을 따르는 표준등급법에 비해 BIS자본비율이 2~3%포인트가량 높게 측정된다.

현재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을 일부만 적용받고 있는 상태며 만약 연내 추가 승인이 완료된다면 자본비율이 약 1.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부등급법 도입으로 보통주자본비율이 약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본비율 상승은 비은행 M&A 여력 증가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본확충 개념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이기 때문에 M&A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늘어난 자본이 나중에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등급법) 승인 여부는 금융당국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확신할 수 없지만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등급법 승인과 함께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도 M&A 사업에 동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예보가 보유한 15.13%의 우리금융 지분 중 최대 10%를 연내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예보는 최대 주주 자리에서 물러나고 비상임이사 선임권도 사라지게 된다.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수록 과점 주주들의 경영 자율성은 높아지기 때문에 추가 증자 등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보가 과점 주주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최대 주주로 남아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형 M&A는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최우선 인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보험사 등 다른 금융사들도 모두 후보군에 올려놓고 모니터링 중이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 대형사 매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M&A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이 이미 지분 일부(20%)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에 대한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우리은행이 인수전에 함께 참여하기는 했지만 우선은 MBK파트너스가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며 “정해진 것은 없으며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 디지털 증권사 설립 등의 다양한 방안들이 있기 때문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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