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진·진원생명과학 변이 대응 백신 개발
셀트리온·유나이티드제약 대응 치료제 개발···일부 변이 효과
전문가들 “변이 계속 생겨···중장기적 대응 백신 필요”

사진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코로나19 치료제 흡입기 공정 사진.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코로나19 치료제 흡입기 공정 사진.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변이 대응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전 세계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5일(현지시간) 인도발 변이(델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관심 변이에서 우려 변이로 격상했다. CDC는 인도 변이가 전염성이 높고 일부 단일클론 항체 치료법에 따른 중화, 백신 접종 뒤 혈청으로 인한 중화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CNN은 백신이나 치료제,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 등의 효과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영국은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확진자가 다시 늘었다. 지난 17일 기준 영국의 성인 가운데 백신 1회 접종 자는 80%, 2차 접종자는 58% 수준이다.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5월 2000명대로 줄었으나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최근 1만명대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의 95%가량이 델타 변이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국은 당초 오는 21일 예정했던 봉쇄령 해제를 한 달 가량 미뤘다.

기존에 개발된 백신들은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기존 바이러스 효과보다 다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공중보건국 조사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효과는 화이자 백신 90%, 아스트라제네카 86%다. 이 백신들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1차 접종만 한 경우 모두 33%로 떨어진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하면 화이자 88%, 아스트라제네카 60%로 상승하지만 기본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보다는 낮다.

모더나와 화이자에 이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 백신을 개발 중인 큐어백의 경우 임상 3상 중간 결과에서 예방효과가 47%에 그쳤다. 예방효과가 기대보다 낮게 나온 이유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만연한 상황에서 시험이 진행됐다는 점이 꼽혔다. 큐어백은 확진 사례 124건에서 검출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57%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더 높은 변이 바이러스였다고 밝혔다. 13종의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단 1건만 기존 바이러스였다. 반면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 임상시험을 마쳤다.

프란츠 베르너 하스 큐어백 최고경영자는 16일(현지시간) “중간 결과가 좋기를 기대했지만 전례 없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변이가 나타난 상황에서 높은 효능을 입증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수많은 변이들은 차세대 백신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큐어백은 현재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2세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달 말 임상에 진입하는 아이진의 코로나19 백신 EG-COVID는 지난 5월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마산병원에서 진행한 남아공 및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한 차례의 감염 방어 시험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

아이진 관계자는 “큐어백 백신은 투여량이 12 ug으로 소량이어서 충분한 면역유도능이 발현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EG-COVID의 임상에서 투여량은 50~200ug 범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추가 반복과 재현 실험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진원생명과학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한 코로나19 백신 GLS-5310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Spike 항원 이 외에 ORF3a 항원을 추가해서 남아공 변이에 대한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며 “ORF3a는 델타 변이 등 변이 종류에 상관없이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3분기에 변이 바이러스 대응 항체치료제인 CT-P63의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CT-P63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중화능(바이러스 무력화 능력) 시험에서 남아공과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모두 중화능력을 보였다. 셀트리온은 이르면 4분기에 CT-P63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CT-P59)도 두 차례의 동물효능시험에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유효성을 보였다. 다만 국립보건연구원이 실시한 세포 중화능 시험에서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중화능을 유지했지만 남아공 변이에서는 중화능이 감소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흡입 치료제 UI030이 최근 남아공 및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실험에서 항바이러스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브라질(감마), 인도(델타) 등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 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백신 효과가 낮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기존에 나와있는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에도 예방효과 등을 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날 수 있어 이에 대응한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현재의 백신으로 지금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은 가능하다”며 “다만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현재의 백신으로 대응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이에 대응하는 백신을 빨리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해 둬야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성남시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 생긴다. 변이 정도와 이에 대한 백신의 효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변이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한 개량 백신 등의 추가 접종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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