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LG·GM 오하이오 이어 테네시에 배터리 2공장 설립”
美 최대 배터리공장 건립중인 SK이노, 3·4공장 추가투자 계획 중
삼성SDI 진출도 유력시···“미국, 중국·유럽보다 K배터리 기회의 땅”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네럴모터스(GM) 두 번째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내 생산라인 확충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건상 불가피한 사업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LG와 GM이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은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할 예정이며, 오는 16일 발표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의 첫 번째 합작공장은 오하이오주에 지어지고 있다. 오하이오주는 전통적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러스트밸트’에 속한다. 테네시주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신규 완성차 라인이 집중되고 있는 조지아·앨라배마주와 이웃한 중남부 지역에 해당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신규공장을 설립하는 데 현재 짓고 있는 오하이오주 1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가 소요될 것이라 내다봤다. 해당 보도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과 GM 모두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와 별개로 LG에너지솔루션의 독자적 배터리셀 공장설립도 타진 중이란 게 복수의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경쟁사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LG와의 소송전을 마치며 불확실성을 걷어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내 최대 배터리셀 공장을 조지아주에 건설 중이다. 1공장 시험가동이 금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건설 중인 2공장 인근에 3·4공장 설립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SK는 사업수주 후 공장을 신·증설해 온 업계의 공식을 넘어, 수주에 앞서 선제적으로 공장설립을 위한 투자를 단행할 방침임을 내비친 바 있다.

국내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삼성SDI도 현지에 셀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현재 삼성은 미국에 배터리 팩 조립공장만을 보유했다. 한국과 유럽 등에서 생산된 셀을 미국에서 팩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LG·SK 등에 이어 삼성까지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미국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비단 미국의 시장 잠재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은 중국·유럽 등과 더불어 글로벌 3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유럽은 선제적으로 전기차 시장 정책변화를 꾀했으나,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본격화되는 추세다. 단순히 시장의 성장세만을 기대했다면 수출 등의 방법으로도 공략이 가능하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침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및 소재공급망을 현지에 갖추도록 유도 중이다.

오는 2025년 발효 예정인 신북미무역협정(USMCA)에 따라 미국 내 생산비중 75%를 갖춰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LG·SK 배터리 소송 합의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와 배터리를 미국 전역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만드는 게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atter)’ 공약의 핵심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기차·배터리 시장확대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갖추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내비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의 합의금을 내면서까지 미국 사업을 지키려 했던 이유도 결국엔 시장성 때문이다”면서 “미국 배터리 공장 설립은 현지서 사업을 이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삼성SDI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것이며, LG와 SK도 시장성에 발맞춰 현지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CATL 육성을 위해 K배터리를 배척하는 중국보다, 국내 3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연합(EU) 주도아래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유럽에 비해 미국에서의 기회가 더 클 수 있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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